[사설] 예산만 낭비하는 검찰 첨단범죄수사
입력 2012-04-23 21:34
수년간 많은 연구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개발한 기업의 첨단산업기술이 경쟁국 또는 경쟁업체로 넘어가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이다. 해당 기업으로서는 투자의욕을 상실할 뿐 아니라 자칫 도산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 같은 지능적이고 파렴치한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 만든 곳이 바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다.
말 그대로 메모리스틱, 하드디스크,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저장반출 사범과 이메일 등을 통한 유출 사범을 잡아들이는 중요한 부서다. 고가의 특수선박 설계도면을 통째로 빼내 기술후진국인 중국으로 넘기려다 검거된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검찰은 이 부서를 만든 이후 뚜렷한 실적이 없이 예산과 인력만 낭비하고 있다.
오히려 인원과 장비가 열악한 경찰청이 지난 한 해 동안 산업기술유출사범 311명(84건)을 검거해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수원지검이나 인천공항을 관할하는 인천지검, 김포공항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간혹 중국이나 대만으로의 기술유출사범을 검거하는 경우는 있지만 맏형격인 서울중앙지검은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성과를 뺏겨 일감이 떨어지다 보니 불순세력의 청탁수사나 정치권을 상대로 한 민감한 수사에 투입되는 경우가 잦다. 원래의 첨단범죄수사에 투입되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수사기법은 떨어지고 실적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마약사범이나 공안사범 검거처럼 국가정보기관이 일차로 정보를 수집해 검거한 피의자의 공소유지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컴퓨터로 은행업무 프로그램을 조작해 낙전을 횡령한 사건을 첨단범죄라는 의미로 컴퓨터범죄라고 지칭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IT산업 발전에 비례해 관련 범죄도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첨단범죄수사부는 본연의 임무는 제쳐 두고 아날로그 범죄수사에 혈안이 돼있다. 부서를 줄이든지 아니면 다른 부서와 통합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꾀하라는 지적이 무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