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친박계 파열음… 이합집산에 반목 현상까지 외부 노출

입력 2012-04-23 18:54

4·11 총선의 ‘최대 승리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변에서 연일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친박근혜계 내부 인사들의 이합집산과 반목 현상이 밖으로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23일 라디오에 출연해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거론하며 “박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절대로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이 당 쇄신책으로 주창했던 경제민주화를 놓고 최 의원이 지난 20일 “시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비난한 데 대한 반격이다.

김 전 위원은 “그 사람(최 의원)뿐 아니라 다른 사람(친박)도 시장을 빙자한 친기업주의 사고를 가진 사람이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 와서 ‘박근혜의 경제통’이라는 사람들이 잘못된 얘기를 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국민과의 약속을 갖다가 이러쿵저러쿵 하기 때문에 과거 한나라당 모습으로 가지 않나 걱정”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친박 핵심 인사들의 잇단 내부 비판에 이어 나온 것으로, 친이명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던 지난해까지 단일 대오였던 친박 진영이 총선 이후 서로 대립하며 심각한 갈등 상황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수도권 친박 핵심인 이혜훈 의원은 전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의) 음성파일 목소리가 동일인이라는 보도가 나오니깐 박 위원장이 곧바로 처리했다. 그걸 보면 애당초 폭로 내용에 대해 ‘거짓 또는 음해’라는 보고를 받은 게 아니냐 추정된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도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 위원장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최근 몇 달 동안 전화 한 통 하지 못했다”고까지 했다. 유 의원은 대구·경북(TK) 출신이지만 보수적·폐쇄적 이너서클 중심의 ‘구(舊)박’ 인사들과는 달리 박 위원장의 맞춤 복지 공약과 경제민주화 약속 등 ‘좌클릭’ 정책을 주도해왔다.

이처럼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데 대해 한 친박 의원은 “우리 내에도 서로 상충하는 스펙트럼들이 존재한다”면서 “친이계가 있을 땐 차이가 안 드러났지만 이제는 다 밖으로 튀어나와 서로 격돌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우려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