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금품수수 파문] 눈치 보는 ‘정치 검찰’… MB 대선자금에 칼 겨눌까

입력 2012-04-23 22:02


“당혹스럽다.” 정권 핵심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이 보인 반응이다. 단순한 인허가 청탁 로비사건으로 판단했지만 대선자금 이야기가 나오면서 권력형 대형 비리 사건으로 비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 이모씨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 여론조사 등에 사용했다고 주장하자 검찰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검찰은 당초 시행사인 파이시티가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정권실세에게 청탁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건넨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지난 21일 구속한 브로커 이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도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된 돈이 뇌물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이 사용처를 대선캠프라고 밝히자 검찰은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최 전 위원장 주장대로 받은 돈이 대선캠프에서 쓰였다면 이번 수사가 현 정권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예상했던 수사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국한된 수사임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관련 금품수수만 수사한다”며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벌써부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사용처를 확인해봐야 대선자금인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이다. 파이시티 이모 대표와 브로커 이씨 등 관련자 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최 전 위원장이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최 전 위원장이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될 요인이 적지 않다. 최 전 위원장이 금품을 수수한 시점은 2007∼2008년이다. 2007년은 새누리당 경선과 대선이 치러진 해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정치자금의 수요가 가장 많을 때였다. 따라서 파이시티 측이 이 후보의 당선 이후를 기대하며 미리 자금을 제공했을 수 있다.

인허가 청탁용 로비자금이었다면 파이시티가 개발권을 따냈어야 하지만 파이시티는 복합유통단지 사업 지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상환에 따른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허가 로비가 실패한 것이다. 최 전 위원장도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배달 사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