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금품수수 파문] 측근비리 수사 신호탄? 靑, 가시방석

입력 2012-04-23 18:50

청와대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파이시티로부터 돈을 받아 대선과정에서 사용했다’는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측근비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물려 들어가는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 “청와대로서는 뭐라고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대선과정에서 사용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한국갤럽 회장을 지낸 최 전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이 돈을 사용했을 수는 있지만 이를 불법 대선자금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접어든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임기 말 측근비리 수사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4·11 총선 패배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통합당은 “최시중 불법대선자금 게이트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이은 정권의 진퇴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덕적이 아닌,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인터넷의 비아냥이 실체로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더 이상 단순한 인허가 청탁비리가 아닌 불법대선자금 사건”이라며 “검찰은 불법대선자금의 몸통, 즉 그 원점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래야 지난 4년 MB 충견 소리를 들어가며 국민의 조롱, 비판을 받았던 검찰의 불명예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검찰의 타이밍 감각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며 “권력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확실히 넘어간 모양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 감각 타이밍을 가진 검찰의 처신이 이를 말해준다”고 비꼬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정권 차원의 부정비리를 도려내고 일벌백계하지 못하면 남은 임기를 보장받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