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째 황칠 복원에 매진 ‘황칠명인’ 1호 구영국씨 다문화 가족·탈북자 돕기 전시회 연다

입력 2012-04-23 19:26


지난해 10월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백제 의자왕 갑옷은 황칠(黃漆)로 제작한 것이었다. 국내에서 황칠 유물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중국에서 줄곧 상납을 요구할 정도로 화려한 광채를 띠는 황칠은 200여년 전 맥이 끊겼다. 원료인 황칠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장인으로만 이어져오던 전통기법이 후계자가 없어 단절됐기 때문이다.

황칠명인 1호 백사(白士) 구영국(53)씨는 황칠 복원을 위해 20여년째 매진하고 있는 인물이다. 1978년 고교를 졸업한 뒤 공예계에 입문해 옻칠과 나전칠기를 두루 섭렵한 그가 황칠공예에 빠져든 것은 90년 일본 규슈(九州) 공대에 시찰을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 그곳의 일본인 교수가 황칠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이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제작한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 네덜란드 미국 브라질 등 국제박람회에 출품돼 각광받았고, 청와대 영부인 접견실에도 문갑 화장대 이층장 등이 전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골프채 지갑 지팡이 만년필 등 생활용품으로까지 황칠 작업을 확대시킨 그는 2003년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고 3년 전 세계황칠협회로부터 명인 타이틀을 받았다.

그의 황칠 작품 초대전이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각에서 열린다. 황칠나무의 수액에서 추출한 금빛 물감을 칠하는 기법으로 제작한 그릇, 보이차함, 은비녀, 목찻상, 합죽선, 연 등 생활용품 40여점을 선보인다. MBC 드라마 ‘궁’(2006)의 소품으로 내놓았던 도자기의 경우 가격이 2억원에 달하고, 웬만한 작품이 1000만원 이상일 정도로 비싼 편이다.

구씨는 이번 전시의 수익금을 다문화 가족과 탈북자 돕기 기금에 쓸 예정이다. 그는 “공예의 기능은 예술이기 이전에 쓰임새에 있다”며 “일반인들이 황칠에 대해 많이 알고 생활용품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02-737-996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