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4) 한양대병원 암센터

입력 2012-04-23 18:01


국내 첫 맞춤의료센터 6월 개원… 하버드大도 주목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병원뿐 아니라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국립암센터(NCI)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암센터들이 주목하는 센터가 있다. 바로 한양대병원 암센터의 대표선수가 될 ‘암 맞춤의료 센터’다. 이 센터는 오는 6월 문을 연다.

한양대병원은 오래전부터 암 환자 유전정보를 이용한 개인별 맞춤의료 센터 건립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첫 삽을 떴다. 정부도 이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정해 해마다 30억원씩 향후 4년간 12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개인 맞춤 암 치료 시설이 생기는 것은 한양대병원이 처음이다.

한양대병원 암센터 권성준 소장은 23일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인 암은 환자마다 다른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적재적소 개인별 맞춤치료 전략을 잘 짜야 이길 수 있다”며 “한양대병원 암 맞춤의료 센터는 이 같은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개인 맞춤 암 치료의 중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권 소장은 지난달 24일 광주에서 열린 제33차 대한위암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제7회 한국 존슨앤존슨 최다논문 게재상’을 수상한 위암 전문가다. 이 상은 전년도 학술지에 암 연구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게재한 책임저자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권 소장은 2006년과 2007년에 이어 2010∼2012년 3년 연속 수상했다. 한 번도 힘든 이 상을 벌써 5번이나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초로 암 유전정보 분석 치료 시도=한양대병원 암센터가 새로 개원하는 암 맞춤의료 센터는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5대 암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분석해 목록을 만드는 연구의 전진기지라고 할 수 있다.

암 종류별로 각각 250례의 돌연변이 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한국인의 경우 어떤 유전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하는지를 일일이 다 밝혀낼 계획이다.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만을 선택적으로 수리하거나 파괴하는 표적 항암제 개발 연구도 진행한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꿈의 개인 맞춤 암 치료 시대가 열리게 된다. 암 맞춤의료 센터는 유전자 정보 분석 연구소와 치료실을 포함, 연건평 200평 규모로 설계됐다.

한양대는 이와 별도로 대학원에 맞춤의학과도 신설, 운영하기로 했다. 이 맞춤의료 연구는 병리과 공구 교수가 이끈다. 공 교수는 지난 20여년간 암 발생의 유전적 요인을 집중 연구해 온 인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전체 연구 전문가다. 권 소장은 “모든 암은 10∼15가지 유전자 돌연변이로 생긴다. 암 치료엔 유전자 돌연변이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암센터는 이와 함께 표준 암 유전자 검사법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이 검사법이 보급되면 마구잡이식 암 조기 검사 대신 발병 위험이 높은 암만을 선별 검사하면 된다. 만약 유전자 검사 결과 장차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면 20대부터 약·건강기능식품·맞춤운동을 처방받아 암 발생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또 암에 걸려도 조기 제거해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원스톱 서비스는 기본, 개인 맞춤 암 교육=기존의 암 진료 시스템을 최대한 암 환자 편의 증진 위주로 바꾸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암 전문 코디네이터가 초진 상담 및 진료 각과와의 협진을 안내하고, 입원에서부터 검사와 치료 및 퇴원에 이르기까지 전 진료 일정이 불편 없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애쓴다. 또 종양 전문 간호사와 임상 전문 영양사, 암 전문 약사 등 3인 1조로 암 전문 교육팀을 조직, 암 수술 후 관리부터 단계별 치료 때마다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투병 정보를 수시로 알려주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단, 건강검진 등을 통해 암 진단을 받은 뒤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는 모두 사전예약이 필수이다. 이는 아무리 늦어도 1주일 안에 첫 진료를 받고 검사 및 수술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물론 진료 시 신속한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한 암 환자들에게도 즉시 당일 검사 서비스가 제공된다.

암센터는 또한 암 전문 교육팀에 의한 암 치료 정보 서비스 외에 외모관리, 두피관리, 영양관리, 부종관리, 발마사지, 웃음치료 등 15종의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매년 완치 메달 증정 및 암 극복 콘서트도=항암치료 또는 수술을 받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완치 메달을 증정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소아암 환자들을 중심으로 먼저 시행해 오던 것을 일반 성인 암 환자들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것이다.

앞서 백혈병 환자들을 돌봐 온 소아청소년과 이영호(한양대병원 병원학교장) 교수팀은 원내 소아혈액종양부모회 ‘한마음회’와 함께 10년 이상 장기 생존자들에게 완치 메달을 증정해 왔다. 지금까지 이 완치 메달을 받은 소아암 환자는 350여명에 이른다.

암센터는 암 환자들끼리 서로 투병 정보를 교환하며 돕는 자조모임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혈병 소아암 환자 모임 한마음회과 성인 혈액암 환자들의 모임 하나회를 비롯해 유방암 환우회, 전립선암 환우회 등이 결성돼 활동 중이다.

또 매년 5월, 암과 싸우는 환자 가족들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여는 암 극복 콘서트도 눈에 띈다. 이 콘서트는 한양대 출신 연예인과 예술인이 참여하는 공연과, 권 소장을 비롯한 암 전문 의료진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종 암에 대한 상담과 무료 검사를 해주는 행사로 구성된다. 올해 콘서트는 다음 달 2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역 광장에서 펼쳐진다.

권성준 암센터 소장은

△서울(1954) △한양대 의과대 졸업(1980) △한양대 의과대 의학박사(1989) △일본 국립암센터 위외과 연수(1991∼1992) △한양대 외과학교실 교수(1999∼현재) △한양대 의과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2004∼2007) △한양대 의과대 교수협의회 회장(2005∼2007) △한양대 의료원 기획관리실장(2007∼2009) △한양대병원 암센터 소장(2009∼현재) △한양대병원 외과 과장(2011∼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