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전통 동춘서커스단 위로와 격려 묘기 한마당 “장애인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세요”

입력 2012-04-22 22:15


“끊임없이 연습하는 서커스단원처럼 장애인들 여러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세요.”

국내 87년 전통의 동춘서커스단이 장애인의 날이었던 지난 20일 저녁 대구 달서구 첨단문화회관에서 대구시민들에게 ‘테마서커스 NEW 홍길동’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문화나눔사업’으로 이뤄졌다.

대구지역 65명의 지적장애인들은 달구벌 종합복지관의 추천을 받아 이날 공연의 관객으로서 자리를 함께했다. 장애인들은 서커스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자리를 잡았다. 같이 온 일반시민 200여명도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지적장애인 구모(28·여)씨는 “처음 서커스를 본다”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동춘서커스단은 국내 유일 전국순회 서커스단이다. 1925년 창단된 이 서커스단은 현재 내외국인 단원 80여명을 3개팀으로 나눠 전국을 돌며 공연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30여명의 단원이 출연했다.

박세환(64) 동춘서커스단장은 공연 시작 전 “뜻 깊은 자리에 우리를 불러줘 더 많이 준비했다”며 “서커스를 통해 장애인들은 물론 대구 시민에게 감동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서커스 공연은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됐다. 붉고 푸른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은 서커스단원들이 신기(神技)에 가까운 공연을 펼쳤다. 몸에 착 달라붙은 의상을 입은 남여 서커스 단원들은 무대에 설치된 쌍철봉 사이를 오가며 공중 묘기를 선보였다. 공중에서 기다란 천 하나에 의지해 아름다운 몸짓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자전거로 외줄을 타는가 하면 머리에 사람을 올려놓기도 했다.

관객들은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번 공연은 특별하게 서커스에 홍길동전 이야기를 가미했다. ‘홍길동’ ‘사또’ 복장을 한 단원들이 등장해 무대에서 재주를 넘고 변검(얼굴 가면이 바뀌는 묘기) 공연을 펼쳤다. 또 관객들과 직접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지적장애인 허모(25·여)씨는 “예쁜 여자들이 나와 막대기로 접시를 돌리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저글링, 불쇼 등 평소 보기 힘든 동춘서커스단의 16가지 묘기는 100분간 펼쳐졌고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진 옷을 입은 13명의 단원들이 인간 탑을 쌓는 것을 마지막으로 공연은 끝났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의 표정에서는 한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과 신기한 서커스 관람의 흥분이 묻어났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