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대 반대속… 바레인 정부 F1대회 강행
입력 2012-04-23 00:06
바레인 정부가 대규모 반대 시위 속에서도 22일 유명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대회를 강행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회 전날 반정부 시위대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되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F1 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타이어와 휴지통 등에 불을 지르면서 행사 진행을 막았다. 그러나 경찰은 헬기와 무장차량 등을 동원, 삼엄한 경비 아래 대회 개최를 강행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내무부는 전날 발견된 시신에 대해 “숨진 남성은 살라 압바스 하빕 무사(36)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사인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 채 “그의 몸 왼편에 상처가 발견됐으며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무사의 시신은 지난 20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충돌했던 수도 마나마에서 서쪽으로 10㎞ 떨어진 샤쿠라 지역에서 발견됐다. 야권은 무사가 시아파 봉기의 시발점이 됐던 지난해 ‘2·14 운동’을 이끌었던 활동가라는 점을 들어 정부군이 그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에는 70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운동가 압둘 하디 알 카와자의 딸이 잠시 구금되기도 했다.
바레인의 수니파 정권은 유럽 등 서방국가들에서 인기가 높은 F1 그랑프리 대회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운동가들은 F1 대회가 예정대로 개최되는 것은 국제사회가 민주화 요구를 물리력으로 탄압한 정권에 합법성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F1 그랑프리 바레인 대회는 지난해 2월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면서 2차례 취소된 바 있다.
그러나 바레인 정부는 국민통합과 경제적 효과를 이유로 이날 F1 결선 경기를 강행했다. 살만 빈 하미드 알칼리파 총리는 “대회를 포기하면 극단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레인에서는 ‘아랍의 봄’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째 민주화 시위가 벌어져 최소한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바레인은 소수 수니파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국민의 대다수는 시아파가 차지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