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쾌거 평창까지 잇는다… 한국 디비전Ⅰ 그룹A 승격
입력 2012-04-22 22:04
테니스, 아이스하키, 농구는 한국남자선수가 세계대회에 나가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구기종목이다. 바로 백인들의 주 종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기 혼자 잘하면 되는 골프와 달리 상대성이 있어 체격조건과 힘에서 미국과 유럽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다. 이 때문에 남자 테니스는 200위내 선수조차 한명도 없고, 남자농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지도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등록 선수 1840여명에 불과한 한국 아이스하키가 일을 냈다.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I 그룹B에 속한 한국은 22일(한국시간) 폴란드 크리니카에서 끝난 대회 최종전에서 꼭 같이 4연승을 달리던 홈팀 폴란드에 3대 2로 역전승, 5전 전승으로 첫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1928년 아이스하키 도입 후 84년 만에 내년부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디비전I 그룹A로 처음 승격돼 최상위 16개국이 속한 챔피언십 진출을 노리게 됐다.
이번 우승은 초·중·고·대·실업 선수를 모두 합쳐 184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척박한 토양 속에서 일군 ‘빙판 기적’이다. 이 중 고등학교는 8개팀, 대학교는 5개팀에 불과하고 실업팀은 고작 2개뿐이다.
한국이 사상 첫 디비전I 그룹A에 올라갔다는 것은 올림픽 출전권도 가시권에 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IIHF는 실력이 비슷한 팀들을 묶어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른다. 최상위 16개국은 챔피언십, 다음 등급의 디비전I에는 잘 하는 그룹A와 떨어지는 그룹B에 각각 6개팀이 속해 있다. 실력이 더 떨어지는 디비전 II에도 각각 6개팀씩 그룹 A와 B가 있다. 각 그룹 우승팀은 상위그룹으로 진입하고 맨하위팀은 아랫 등급의 그룹으로 강등된다. 다만 디비전 I의 그룹A의 1, 2위팀은 챔피언십 15,16위팀과 자리바꿈한다. 이 그룹에는 일본(22위)이 자리하고 있어 아이스하키에서도 숙명의 한·일전을 펼치게 됐다. 한국은 그동안 일본에 1무7패로 일방적으로 밀리다 지난 1일 한·일정기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4대 2로 이긴 바 있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개최국의 자동진출권이 없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국이 세계랭킹 18위 이내에 진입할 경우, 12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세계랭킹 31위에 올라 있는 한국은 4년간의 전적을 합산하는 랭킹시스템 탓에 실력보다 랭킹이 하향 조정되어 있지만 23위 수준이란 게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분석이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본격적으로 세계의 문을 두드린 것은 1979년 스페인 세계선수권 C풀(현 디비전II) 대회다. 2001년 디비전 I에 들었으나 강등과 승격을 거듭해오다 2009년부터 안정적으로 디비전I에 잔류할 수 있었다. 2000년 대들어 일본과 통합 리그를 펼치면서 실력이 급성장한 때문이다. 일본과는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0대 25로 완패한 이래 1무7패를 거듭해오다 지난 번 첫 승리를 따냈다. 선수단은 23일 오후 1시 대한항공 KE906 편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