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투수 험버, 설움날린 퍼펙트게임… 1번의 완투승 없이 통산11승 평범
입력 2012-04-22 20:01
“쥐구멍에 볕이 들었다.”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단 한번의 완투승도 거두지 못하며 메이저와 마이너 리그를 전전하던 무명 투수가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 상 통산 21번째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우완 투수 필립 험버(30)가 그 주인공이다.
험버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잡아내면서 상대 타자 27명에게 단 한 차례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4대 0 승리를 이끌었다. 험버의 이날 기록은 2010년 5월29일 로이 할러데이가 세운 20번째 퍼펙트게임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고 팀 내에서는 2009년 7월23일 기록한 마크 벌리의 퍼펙트게임에 이은 역대 3번째다. 이날 험버가 던진 총 96개 투구 수는 역대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선수들 가운데 1999년 데이비드 콘이 기록한 88개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적게 던진 기록이기도하다.
9회말 팀이 4-0으로 앞선 가운데 마운드에 오른 험버는 선두 타자 마이클 선더스에게 연속 3개의 볼을 던지며 퍼펙트게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4구에서 스트라이크를 꽂은 후 직구와 슬라이더로 선더스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무사히 첫 고비를 넘겼다.
험버는 마지막 타자 브랜든 라이언과 풀카운트까지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몹시 긴장한 험버는 7구째 볼을 바깥쪽 원바운드로 흐르는 실투를 했다. 그러나 다행히 상대타자 라이언이 방망이를 돌리다 멈췄고 심판이 이를 스윙으로 인정해 아웃 판정을 내렸다.
빅리그 7년간 단 1번의 완투승도 기록하지 못했던 험버가 오랜 설움을 씻고 ‘퍼펙트 피처’로 거듭 나는 순간이었다.
험버는 2005년 뉴욕 메츠에 입단해 메이저리그 7년간 통산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한 평범한 투수에 불과했다. 2006시즌 메츠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2009시즌까지 4년 간 메츠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0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이적한 뒤에도 그 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하는 평범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작년 화이트삭스에 새둥지를 틀면서 서서히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1시즌 28경기(26선발)에 출장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3.75로 가능성을 보인 험버는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리면서 마침내 두 번째 경기에서 ‘초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