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권 레이스 시작] 당원중심 경선으론 역부족… ‘오픈 프라이머리’ 승부수

입력 2012-04-22 19:32


새누리당에서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의 전략은 ‘비박(非朴)·수도권·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요약된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중심의 친박근혜계를 제외한 새누리당 제 세력의 대표 ‘잠룡’ 위치를 차지한 뒤 박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당원중심 선거 위주인 현행 경선 룰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완전히 바꿀 경우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비박 연대’와 수도권 표심 공략이 관건=김 지사는 4·11 총선 이후 도지사 공관에서 거의 매일 ‘측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당장 대선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19대를 노릴 것인지를 놓고 계산이 분주했고 그가 이번 대권 도전을 직접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김 지사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수도권 젊은층 표심 공략이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수도권 민심 흐름은 12월 대선에서도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를 파고드는 데는 박 위원장보다 자신이 적임자라는 논리다. 그는 22일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수도권 젊은이들의 지지를 통해 내가 당내 경선에서 이긴다면, 대선에서 필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도권 표심 전략으로 새누리당의 박 위원장 독주체제를 바꾸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세력이 자신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둘 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해도 이 의원은 ‘MB(이명박) 정권 심판론’ 정서에, 정 전 대표는 ‘1% 부자’ 이미지에 발목이 잡히게 돼 결국 자기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셈법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도 승부수=잠룡 3인방 사이에는 경선 룰을 오픈 프라이머리로 바꿔야 한다는 공통 인식이 있는 걸로 해석된다. 세 사람이 총선 이후 수차례 접촉하며 “당원과 대의원에 의한 선거 위주인 현행 경선 룰로는 당 조직을 장악한 박 위원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얘기다.

김 지사는 회견에서 “국민들의 직접 참여 경선이 대선후보 본선 경쟁력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정치가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픈 프라이머리가 당에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본다. 합리적으로 대선에 이기는 게 우리의 목표이니 받아들여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으로 박 위원장과 당을 향해 경선 룰 개정을 강력하게 압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대 약점은 취약한 당내 기반=차명진 의원과 임해규 의원, 안병도 당협위원장, 유연채 전 경기 정무부지사, 박상길 도지사 특보 등은 오래 전부터 ‘김문수의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총선에서 단 한 명도 19대 국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자신의 지역구(경기 부천 소사)를 물려줬던 차 의원, 민중당 시절부터 해온 임 의원, 여론조사 전문가 안 위원장 등은 모두 낙선했고 유 전 부지사와 박 특보는 아예 새누리당의 공천도 받지 못했다.

김 지사를 도와 당내 흐름을 주도할 기반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여러 면에서 김 지사의 경쟁력이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당내 제 세력 간 역할을 조율할 인사가 없다”면서 “쉽게 극복하기 힘든 취약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