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시라이 사건’ 일파만파] ‘견제받지 않는 권력’ 부정부패 온상으로…
입력 2012-04-22 18:54
리쥔은 충칭의 기업인이자 조직폭력배 보스였다. 그는 7억 달러에 달하는 전 재산을 보시라이-왕리쥔 일당에게 빼앗기고 지금은 해외에 살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거짓 증언을 하도록 3개월 동안이나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보시라이가 충칭에서 ‘자신이 곧 법’이었다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창훙다헤이(唱紅打黑, 공산당을 찬양하고 암흑사회를 타파한다)를 강하게 추진하면서 조직폭력배 소탕을 내세웠지만 자신에게 충성스런 조폭 세력은 오히려 보호하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창훙다헤이 과정에서는 고문을 통해 강제 자백을 일삼았고 이를 정적을 숙청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고통 속에 숨지거나 사형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무고한 사람을 조직폭력배로 몰아붙인 뒤 그들의 재산을 빼앗거나 특히 사기업을 몰수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결국 창훙다헤이를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지난 2월 6일 청두 미국총영사관으로 도피하면서 공개한 편지에서 창훙다헤이를 가리켜 “보시라이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기 위해 벌인 한바탕 코미디이자 ‘문화대혁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보시라이는 서민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등 ‘친서민정책’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그 이면은 불법·탈법 행위로 점철돼 있었다. 양회기간 중인데도 베이징에서 충칭시 인민대표대회 대표(장밍위)를 납치해 충칭으로 압송한 사건만 봐도 그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지 알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누리는 현실을 보시라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인민들이 새삼 깨닫고 있다.
이들은 보시라이 외에 처벌되지 않은 고위 관리들이라고 해서 깨끗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도 재산을 추적해보면 자녀 해외 학비 문제, 국영기업을 차지한 사례, 재산 해외 도피 등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실제로 이러한 케이스는 홍콩 언론 등에 심심찮게 보도되곤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상무위원(서열 4위)으로 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맡고 있는 자칭린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 푸젠성 위안화그룹 밀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직도 건재하다. 이 사건은 당시 엄청난 부패 사건으로 푸젠성 정부 등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보시라이를 후원해온 저우융캉도 아들을 통한 축재가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지금 ‘사법제도의 제도적 남용’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