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대권 레이스… 유럽행, 외연 확대, 출마 채비, 야권 잠룡들도 ‘잰걸음’

입력 2012-04-22 18:48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김 지사의 조기 출마선언은 야권 잠룡들에게 자극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야권의 경우 대략 오는 8월까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후보를 뽑은 뒤 10∼11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더불어 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후보선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단일화는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성사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6월 22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6월 9일 치르기로 돼 있어 당헌을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7월에 지역별 순회경선을 시작해 8월 중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뽑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자들에게 4개월은 결코 길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신발 끈을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10박11일 일정으로 유럽 5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22일 출국했다. 복지 노동 교육 선진국들을 찾아 경기지사 및 민주당 대표를 거치면서 구상해 온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발전시켜 대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출마문제를 가급적 빨리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했으며, 김두관 경남지사도 조만간 출마의사를 밝힐 계획이어서 민주당 후보경선 레이스도 곧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민주당의 선두주자는 문재인 고문이다. 총선 출마를 계기로 몸값을 올린 덕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원장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부산 선거에서 기대만큼의 전과를 올리지 못해 국민 지지도가 주춤하긴 해도 여야 전체 지지도 조사에서 10%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당내 친노(親盧) 대표주자인 문 고문은 범친노 그룹에 속하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도전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정치적 기반뿐 아니라 출신 지역마저 같은 경남이어서 신경전이 팽팽하다. 문 고문은 외연을 넓히기 위해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비노(非盧) 그륩의 선두주자는 손학규 고문이다. 싱크탱크인 ‘동아시아 미래재단’을 중심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손 고문은 동교동계 간판격인 박지원 최고위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경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 내리 4선을 한 다음 4·11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상임고문도 호남세력을 업고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5년 전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동영 상임고문도 와신상담 중이다.

통합진보당도 8월쯤 별도의 대선후보를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회찬 심상정 두 국회의원 당선자가 유력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 주자들보다 더 주목받는 인물은 역시 안철수 원장이다. 야권과 중도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박근혜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란 평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일각으로부터 입당 후 경선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하루빨리 출마선언을 한 뒤 각종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잠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신비주의 전략을 지속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출마선언을 하는 순간 여야 주자들로부터 검증공세를 받게 될 것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주자들이 한창 뛰고 있을 때 침묵을 계속할 경우 언론 노출도가 떨어져 국민 지지도가 하락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출마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강연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