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동 한사랑감리교회 임영훈 감독 ‘아름다운 은퇴’

입력 2012-04-22 18:17


22일 오후 은퇴예배를 드린 기독교대한감리회 한사랑교회 임영훈(69) 감독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선택’을 했다. 은퇴 행사 예산을 아껴 1억원을 미자립교회 건축비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이날 서울 신정동 교회에서 열린 은퇴 찬하 및 황성수(46) 담임목사 취임 감사예배에서 “은퇴예배를 준비하면서 식사비와 선물 등 여러 비용을 모두 줄여 형편이 어려운 미자립 교회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회의 만류를 뿌리치고 1년 먼저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름다운 기부’를 한 것이다. 그는 “40년 목회를 하면서 많은 미자립 교회들이 자립에 실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면서 “150여 미자립 교회에 생활비를 보조해 오다 무엇보다 훈련된 평신도 선교사 파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123 운동’을 2006년부터 전개했다”고 덧붙였다.

‘123 운동’은 교인 1000명을 기준으로 장로 1명과 권사 2명, 집사 3명 모두 6명을 한 팀으로 미자립 교회에 파송해 선교하도록 돕는 운동이다. 파송 받은 성도들은 3∼5년 정도 파송된 교회에서 최선을 다해 기도하며 봉사하고 전도의 사명을 다한다. 기간이 끝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본 교회로 돌아오든지 파송된 교회에 남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동 초기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거나 돕는 것은 좋은데 성도들까지 보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 감독은 확신했다. 이 사역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고 꼭 성공할 것이라고…. 미자립 교회도 부흥하고 우리 교회도 쓰임 받으며 부흥할 것이라는 그런 믿음이었다.

임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파송된 교회마다 부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009년 1월 서홍득 장로와 권사, 집사 등 6명을 인근 열림교회에 파송했는데 이 교회는 자립에 성공했다. 예배당에 성도들이 자리를 채우니 예배는 은혜가 넘치고 목회자도 전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 불과 1년 만에 성도 수가 배로 늘었다. 성전도 어둡고 침침한 지하에서 빛이 들어오는 지상 2층으로 이전했다.

2010년 1월 이재성 장로와 집사 및 권사 등 6명도 인근 제자교회에 파송했다. 몇 달 뒤 성도가 2배 늘었고 교회 건물도 지하에서 지상 2,3층으로 옮겼다. 임 감독이 이날 기증한 1억원은 이 교회 새 건물 분양 구입대금에 사용된다. 제자교회 임재학 목사는 “‘123 운동’이 잘 정착돼 감리교회는 물론, 더 나아가 전국의 작은 교회 성장과 부흥의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고마워했다.

한사랑교회도 그의 믿음대로 ‘123 운동’을 진행하면서 계속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5000여명의 성도가 출석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관계자들은 ‘123 운동’이 미자립 개척교회는 안 된다고 하는 부정적인 인식과 고정된 생각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임 감독은 ‘123 운동’ 외에도 일일 부흥집회를 자비량으로 인도하고 있다. 전국의 미자립 개척교회들을 찾아 위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무료로 집회를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회에서 지급되는 감독 활동비 등을 선교 기금으로 내놓는다. 그는 사례비를 아예 받지 않거나 받은 돈을 헌금하는 목회자로 유명하다.

그는 소외 장애인 섬김에도 열심이다. 장애인 전문 인터넷 ‘희망방송’ 이사장으로 장애인 인권 개선과 복지에 헌신하고 있다. 은퇴 후 임 감독은 40여명의 파송 및 협력 선교사들을 도울 예정이다. 중국과 필리핀, 몽골 선교지를 방문, ‘제2의 목회 사역’을 하려는 열정에 불 타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