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 스토리… 선배들 구타 싫어 12년 전 日 유학길, 어깨부상 등 좌절 딛고 1군 무대서 호투

입력 2012-04-20 19:13


매 맞기가 싫어 일본 야구유학을 떠났던 소년. 2년 연속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한 소프트뱅크 소속 한국인 투수 김무영(27)의 야구 스토리는 그 나이 또래보다 더 파란만장하다. 아직은 장래가 보장된 선발이거나, 필승조에 소속된 계투요원도 아니지만 언젠가 실현될 꿈을 향해 오늘도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19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소프트뱅크의 경기. 오릭스의 이대호는 4회 2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한 김무영을 상대로 행운의 빗맞는 안타로 1점을 뽑는다. 이날 경기는 이대호가 일본 진출 15경기 만에 첫 장타를 뽑는 바람에 온통 그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김무영의 존재도 함께 국내 팬들에게 부각됐다.

부산출신인 김무영은 중학생 시절 야구 명문 경남고 진학이 예정된 촉망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선배들의 구타는 정말 싫었다. 마침 1년 선배가 일본유학을 떠나자 부모를 졸라 유학을 결심했다. 시모노세키 하야토모 고교로 떠난 것은 2000년 3월이었다.

수업을 다 받아야 하는 일본 고교에서 그의 야구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고, 특기생으로 후쿠오카경제대에 입학했지만 프로선수 한 명도 배출 못한 팀에서 별 희망이 없어 보였다. 1학년 때 투수였지만 구속이 14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 방학 중 헬스클럽에서 근력을 키우면서 10㎏이상 체중이 불어 2학년 때부터 구속이 최고 151㎞까지 나갔다. 이후 어깨부상으로 4학년을 쉰 탓에 2008년 독립리그 팀인 후쿠오카 레드워블러에 입단했다. 말이 프로선수이지 우동과 삼각김밥으로 버티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 그는 2명의 은인을 만난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의 투수코치를 지낸 레드워블러의 모리야마 료지 감독과 일본인 부인 오이케 마이씨다. 모리야마 감독은 그를 집중 조련해 독립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키웠다. 부인은 어렵게 선수생활을 하는 그를 정성껏 뒷바라지했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소프트뱅크 지명을 받은 그는 2009년 7월 17일 롯데를 상대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대학 때 다친 어깨 부상으로 오랫동안 재활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마침내 올해 처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고 주로 중간계투 요원으로 나와 올 시즌 5경기 8¼이닝 동안 자책점으로 한 점도 내 주지 않는 짠물 투구를 보이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