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민들레가 없다… 환경오염 강한 서양민들레에 서식지 뺏겨 개체수 급감

입력 2012-04-20 18:58


요즘 들판에 가면 민들레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민들레 잎은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약재로 쓴다. 그러나 흔히 보는 민들레의 대부분이 서양민들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식물학자들은 토종민들레가 번식력이 약해 서양민들레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오장근 자원보전부장은 20일 “들에 가면 전부 서양민들레뿐이고 산에서 드물게 토종민들레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 박수현 연구원은 “토종민들레는 꽃이 좀 크고 총포가 쭉 뻗어있는 반면 서양민들레는 꽃이 작고 총포가 뒤로 젖혀진다”고 말했다. 총포(總苞)는 꽃자루가 단축돼 포가 한 곳으로 밀집된 것이다.

국립수목원 이병천 보전복원연구실장은 “토종민들레는 종자가 많지 않은 반면 서양민들레는 발아가 잘 된다”면서 “그래도 서양민들레가 많은 곳에서 조금 떨어진 주변에서는 토종민들레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토종민들레가 대기오염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양민들레는 대기오염에 강해 서식범위가 넓은 반면 토종민들레는 아황산가스에 약하다”면서 “점점 더 많은 곳에서 서양민들레가 토종을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들레는 번식을 곤충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밑씨가 성숙하면 곧바로 자기와 똑같은 DNA를 가진 자손(씨앗)을 복제한다. 하지만 잘 익은 종자에 갓털(관모)이 달려 있기 때문에 바람에 둥둥 떠 멀리 퍼질 수 있다.

토종민들레는 꽃 색깔이 흰색과 연한노란색 2종류다. 서양민들레는 진한 노란색이 대부분이다. 또 토종민들레는 꽃잎받침이 모두 위를 향하고 있는 반면 서양민들레는 일부가 아래로 처져 있고, 일부는 꽃에 붙어 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