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잠룡 움직이는데 朴은 정중동?… “대세론 안주 땐 큰코 다친다” 박근혜 위기론
입력 2012-04-20 18:47
새누리당 잠룡(潛龍)들이 기지개를 펴는 사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안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커지고 있다. 20일 반박(反朴)들은 물론 친박근혜 진영에서도 사실상 독주체제에 들어간 박 위원장의 대선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역설적으로 총선 승리가 가져온 ‘박근혜 위기론’인 셈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은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승리로) 박 위원장이 대선가도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그렇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은 의미심장한 비유를 하나 내놨다. 그는 “일단 당내 대권 경쟁은 2002년 이회창 후보의 경선 과정과 비슷할 것”이라며 “형식적으로 경쟁하는 모습만 보이지 않겠나. 더 중요한 것은 긴장이나 쇄신에 대해 절대 느긋한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도로 한나라당 시절로 가는 거고, 대선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10년 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강력한 ‘대세론’을 내세워 대적할 만한 경쟁자가 없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결국 대선에서 졌다. 한마디로 박 위원장도 방심하다가는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핵심들 사이에서 함부로 대세론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령이 내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위원장 스스로도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 문제 등으로 인해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해 “박 위원장은 이런 문제들 때문에 총선에서 받은 지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해 참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이 다음달 15일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밖으로 드러내는 모습보다는 민심에 다가서는 조용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뛸 경우 맞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위원장의 ‘입’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이정현 의원은 전날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 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 갖고 국민들에게 표 얻겠나”라며 박 위원장을 겨냥한 이재오 의원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거짓말이고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받았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