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최종석 구속기소… 결국 ‘윗선’은 못밝혔다
입력 2012-04-20 18:42
檢 ‘민간인 사찰·증거인멸’ 재수사 마무리 수순
검찰이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된 청와대 윗선을 밝혀내지 못한 채 스스로 ‘몸통’을 자처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재수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거인멸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검찰 지휘라인에 있고, 청와대가 오는 8월로 예정된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특검 도입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20일 진경락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주요 파일이 저장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히 손상시킬 것을 지시한 혐의(공용물건 손상 및 증거인멸 교사)로 이 전 비서관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은 2010년 7월 검찰 압수수색을 앞두고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 등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대포폰’을 이용해 진 전 과장과 장 전 주무관에게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적으로 훼손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검찰은 이미 혐의가 드러난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진 전 과장 등 3명을 구속시켰을 뿐 청와대와 총리실 고위층 인사에 대한 혐의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는 “핵심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비서관과 증거인멸 문제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된 1억1000만원의 수상한 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연결계좌가 드러나면 청와대 개입 여부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할 수 있는데도 자금출처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