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이번엔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

입력 2012-04-20 21:33

통합진보당이 총선 전에 치른 비례대표 경선의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정희 공동대표의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 후보 여론조사 조작 사건으로 국민들로부터 “진보정당까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지느냐”고 비판받은 마당에 비례대표 당선자 조작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청호 부산 금정구 공동지역위원장은 20일 당 홈페이지에 ‘부정선거를 규탄하며’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유시민 공동대표의 국민참여당 출신인 이 위원장은 “윤금순(1번) 후보와 오옥만(9번) 후보가 바뀐 건 현장투표였다”면서 “현장투표가 엉망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참여당 출신 오 후보가 온라인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현장투표 결과가 조작돼 윤 당선자(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에게 1번을 내주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온라인투표 2위였던 같은 당 출신 노항래 후보가 2번이 아닌 10번에 배치된 것에 대해서도 “조작된 결과”라면서 “윤 당선자와 2번 이석기(전 민중의소리 이사) 당선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14∼18일 온라인 및 현장투표를 실시해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결정했고 19대 총선에서 모두 6명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비례대표 선거 최종 집계결과 노 후보가 8번에, 이영희 후보가 10번에 배정됐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 순위가 또 바뀌었다. 도대체 이처럼 순번을 바꾸는 행위가 온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현장투표의 경우) 투표관리인이 민노당 출신 1명뿐이었고 30인 이상이 신청하면 ‘이동 투표함’이란 걸 만들 수 있도록 했다”며 “(민노당 출신이) 박스때기 하나 들고 표를 주우러 다닌 것”이라고 했다. 부실한 투표 감시와 비정상적인 투표 제도를 통해 당권파 인사들이 현장투표에서 몰표를 받아 온라인투표에서 강세를 보인 인사들을 제쳤다는 얘기다.

앞서 노 후보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저는 ‘현장’이라는 구실 속에서 이뤄진 적지 않은 부정행위를 봤다. (당 지도부는) 이런저런 당 운영상의 편의를 말하지만 이것은 용납되지 않아야 할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례대표를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 논란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제기됐다. 영입인사를 전략적으로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면서 당원 출신 후보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순위 배정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전체 200여곳의 현장투표소 가운데 7곳에서 투표인 숫자와 투표함 속의 투표용지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자 통합진보당은 선거 직후인 12일 공동대표단 회의를 열어 ‘비례대표 후보 선출선거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조사위는 다음 주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우위영 대변인은 “조사위를 통해서 책임 있게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부정으로 앞 순번을 받은 이들은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없으므로 전원 당선무효 처리돼야 한다”면서 “통합진보당은 이러다가 ‘부정선거 전문당’이라는 별명이 붙겠다. 당 지도부는 총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