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클릭’ 된 민주당 ‘중도 강화론’ 놓고 내홍 조짐

입력 2012-04-20 18:21

민주통합당에서 ‘중도(中道) 강화론’이 논란을 빚고 있다. 중도 강화론이란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계기로 좌클릭된 당의 노선을 수정해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 관료 출신 김진표 원내대표가 4·11 총선 이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박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어 당 노선투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실패를 빌미로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노선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는데 진단과 처방에서 오류”라며 “이런 몰가치적인 논란을 중단했으면 한다”며 말했다. 그는 “총선 실패의 오류는 전술이지 노선과 방향의 문제가 아니다”며 “고단한 서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던 게 민생의 진보였고, 이런 노력이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로 전진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양극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데 중도는 어떤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라며 “민주당 정체성이 어디에 문제가 있고, 통합진보당에 휘둘린 건 또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견지해 온 입장의 근간을 흔들어서 차기 지도부에 이관되게 하는 건 안된다”며 “99% 서민들의 삶 속에 중간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성근 대표 직무대행도 라디오에 출연해 “서민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는 방향이 중요한 것이지, 좌냐 우냐를 따지는 것은 정치학자들이 할 일”이라며 “국민은 좌냐 우냐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고문은 19일 국회의원 당선자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중도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 폭넓게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들, 기존의 보수나 진보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감 있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또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저부터 중도개혁 세력을 아우르기 위한 목소리를 냈는지 반성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의욕만 앞세워 (국민과) 멀어지지 않도록 개혁의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경우 당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총선 공천에서 탈락할 뻔했다.

중도강화론은 1970년대 후반 이철승 신민당 대표가 주창한 중도통합론을 연상시킨다. 당시 이 대표는 “야당이 국가안보와 외교에서는 때때로 초당적으로 거국적 자세를 갖추고 국내 정치면에서는 견제와 비판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해 선명 야당을 추구하는 세력으로부터 ‘사쿠라’로 몰렸다.

중도통합론은 손학규 상임고문이 2007년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올 때도 주창한 바 있어 그의 향후 언행이 주목된다. 대선정국에서 이 문제가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