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2 위치추적법안 반드시 통과시켜야

입력 2012-04-20 18:03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개정안의 요지는 112신고로 긴급구조 요청한 건에 한해 위치정보시스템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찰이 위치정보를 이용했을 경우 법원의 사후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범인 추적 이외에 이 정보를 사용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이 법안은 2008년 민주통합당의 최인기·변재일 의원이 실종 어린이와 장애인을 구조하고 어린이를 성폭행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발의했다. 그렇지만 법사위에 넘어간 뒤 검사 출신 법사위원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 연장선상에서 “유괴·납치 피해자의 긴급보호도 수사의 첫 단계”라며 검찰을 거쳐 법원에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는 이유로 보이콧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낮잠을 자고 있다.

사소한 이유로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이 터지자 법안 통과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범죄 신고자의 위치추적은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허용된 것인데도 우리 정치권은 경찰 통제 권한을 놓고 갑론을박하며 세월만 보낸 것이다. 직무유기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에 따르면 강력사건이 의심되지만 신고자와 통화가 끊겨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112 신고가 하루 평균 20∼30건에 달한다고 한다. 통신회사에 의뢰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려면 건당 30분∼1시간이 걸려 범인 검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서울경찰청이 그제 서울소방본부와 ‘긴급신고 다자간 통화 업무협약’을 맺어 위치추적권이 있는 소방본부의 협조를 받기 시작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오·남용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국회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조회대상을 ‘112 신고로 긴급구조 요청한 건’으로 한정한데다 남용 시 엄벌한다는 규정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적은 기우에 불과하다. 범죄자의 위협으로 생사기로에 있는 피해자의 생명과 동일 선상에 올릴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