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해소, 그래도 담임 손에 달렸다
입력 2012-04-20 18:00
지난해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 자살사건 이후 도입된 학교폭력 대책이 겉돌고 있다. 전국 1만1363개 초·중·고 재학생 559만명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전수(全數) 조사도 엉터리였다. 응답률이 20%대로 낮은 데다 포항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 가운데 1명 만이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했는데도 일진인식비율 100%로 처리되는 웃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본 데이터가 부실하니 대책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
부실행정은 이것만이 아니다. 23일부터 전국 1만1500명의 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학교폭력근절 특별연수’ 계획을 마련하면서 강사를 국무총리와 유관부서 장관으로 정했다. 국무총리가 나라의 어른이기는 하지만 교장들에게 학교폭력의 대안을 제시할만한 전문가는 아니다. 국정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이라 해도 다분히 형식적이다. 정책이란 게 이렇듯 즉흥적이고 전시행정으로 치달으니 현장의 불신을 받는다.
학교폭력 대책 가운데 기대를 걸었던 ‘복수담임제’도 이번 영주 사건에서 실패했음이 확인됐다. 숨진 이군의 반은 2명의 교사가 배치된 복수담임 학급이었는데도 담임교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이군이 ‘자살 고위험군’ 학생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상담활동을 통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학생으로 분류해놓고도 학교측이 특별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 이군을 벼랑으로 내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좋은 대책도 현장에서 뿌리 내리지 못하면 휴지조각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도 기댈 곳이 담임교사다.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담임이다. 관심을 갖기에 따라 학생들의 눈빛 하나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일선 학교에서는 서로 담임을 맡지 않으려고 로비를 벌인다고 한다. 교육자로서 대단히 잘못된 자세다. 교육당국은 이들에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학교폭력의 싹을 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