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호텔의 변신
입력 2012-04-20 18:00
병원이 있는 호텔인 메디텔(메디컬+호텔)이 부상하고 있다. 메디텔이 인기를 끄는 것은 진료·숙박·휴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호텔에 있는 병원에 걸맞게 의료수준이 높고,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햇빛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호텔 안의 병원이 성장하면서 호텔 매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메디텔 형태를 갖추지 않은 호텔도 주변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투숙하러 오는 외국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고급호텔 8곳에 의료시설 10여개가 들어서 외국인을 맞고 있다. 진료과목도 내과 피부과 성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한의원 등 다양하다.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 있는 병원은 중국 부유층 인사들의 단체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다. 내달 1일을 전후해 방한할 이들은 진료를 받으면서 관광과 쇼핑을 즐길 예정이다. 이들 중 30여명은 건강검진, 피부·모발 관리, 성형수술 등 고가의 진료를 선택했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일본 관광객이 많은 부산에는 지난해 10월 호텔에 병원 기능을 갖춘 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 등을 상대로 10여개 진료과목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 지역 한 호텔은 최근 대구시와 협약을 맺고 메디텔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자매도시인 중국 칭다오 주민을 잠재 고객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에는 중국 기업이 메디텔을 짓는 합작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외국 의료 관광객은 2009년 6만201명에서 2010년 8만1789명, 지난해 11만명으로 추정되는 등 급증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외국 의료 관광객을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32.4%로 가장 많고, 중국 19.4%, 일본 16.8%, 러시아 7.7% 순이다. 중국 의료 관광객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 의료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49만원으로, 일반 관광객보다 70% 정도 돈을 더 쓴다. 정부가 의료 관광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결과 지난해 국내 의료관광 수입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메디텔이 ‘의료 한류’의 한 축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의술과 상술이 결합한 메디텔의 선전을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