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낮을수록 빚 늘고… 소규모 한계기업 급증

입력 2012-04-19 21:43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지난 한 해 서민들에 대한 금융 위험도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서민들의 가계부실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서민들이 애용하는 저축은행 위기는 지난해 당국의 집중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는 1년 안에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저소득층 신규대출 갈수록 증가=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가계부채가 더 많이 증가했다. 2011년 말 기준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계층과 2000만∼3000만원 미만 계층의 비중은 전년말 대비 각각 3.5% 포인트, 5.3% 포인트씩 늘어났다. 이는 연소득 3000만∼6000만원 미만과 6000만원 이상 계층의 대출 비중이 계속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추세다.

한은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금융권 차입이 증가한 것은 이들이 경제난으로 생활자금용 차입을 늘리기 때문”이라며 “소득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들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져 실물경제에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계층의 대출연체율은 지난 1월에 0.84%로 지난해 9월(0.68%)보다 0.16% 포인트 늘어 같은 기간 6000만원 이상 계층 연체율 증가폭(0.03% 포인트)보다 5배 이상 가팔랐다.

◇소규모 중소기업 직격탄=베이비부머가 주로 뛰어들고 있는 매출 1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중소기업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중규모 중소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 내외, 부채비율은 100%인 반면 소규모 중소기업은 영업이익률이 -4.8%, 부채비율은 200%를 초과해 취약한 재무구조를 드러냈다.

소규모 중소기업 중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선 생존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의 비중도 2006년 16.6%에서 지난해 말 34.4%로 5년 만에 두 배가 늘었다. 한은은 소규모 한계기업이 증가한 원인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부동산·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경기 침체와 치열한 경쟁으로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점을 꼽았다.

◇저축은행은 여전히 경제 뇌관=당국의 구조조정에도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2011년 말 현재 9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30.2%로 2009년 12월(14.2%)의 두 배를 넘었으며 잠재부실여신으로 분류 가능한 ‘요주의 여신비율’이 지난해 3분기 28.9%에서 4분기 37.0%로 급증했다. 부동산경기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가계대출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문제다. 2011년 말 저축은행의 총 가계대출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4.7%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5.7%)을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11.85%로 전년 말 대비 1.89% 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저축은행은 저신용계층 고객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므로 이들의 소득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거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다 국내 금융부실 우려가 증폭되면서 금융권 전문가 중 32.4%가 단기(1년 이내)에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40.9%가 단기간 내 금융위기 재발 우려를 나타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