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 조사 ‘부실 투성이’… 학생 수 보다 응답자 많거나 143곳은 한 명도 안해

입력 2012-04-19 21:47

학교에 일진이나 폭력서클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의 비율은 강원도가 가장 높고 전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의 비율은 외국어고와 과학고가 전국 평균보다 크게 낮았고, 서울 강남 3구의 학교는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학생 수보다 답변자 수가 많은 학교가 나오는 등 오류를 바로잡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0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mest.go.kr)에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1월 18일∼2월 20일 전국 1만1363개 초·중·고교생 559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설문조사 했다.

응답자 중 ‘학교내 일진 또는 폭력서클이 있다’는 답변 비율(일진인식률)은 강원도가 28.8%로 가장 높았다. 강원도의 중학교는 일진인식률이 43%에 달했다. 일진인식률은 서울 26.9%, 대전 26.3%였고 전남은 17.2%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은 23.6%였다. 전남의 한 중학교는 응답생 1234명 가운데 565명(48.0%)이 일진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답변 비율(학교폭력피해 응답률)은 전국 평균이 12.3%였다. 강원도가 15.1%로 가장 높았고 대구가 9.1%로 가장 낮았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15.1%, 서초구 14.1%, 송파구 15%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서울 평균은 14.2%다. 외국어고와 과학고는 전체적으로 학교폭력 피해경험이나 일진이 있다는 비율이 낮았다.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 수가 100명이 넘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93곳에 달했다.

조사결과가 공개되면 어느 학교가 학교폭력이 심한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공개되는 내용은 피해경험 학생 수 및 피해경험률,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 및 비율, 피해 장소별 비율 등이다. 그러나 조사가 우편을 통한 설문 방식으로 이뤄져 신뢰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설문지 회송 비율은 25%에 그쳤고, 응답자가 1명도 없는 학교가 143곳에 달했다. 전교생 중 응답자가 5명 이하인 학교는 596곳에 달한다. 교과부는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 1906곳 등에 대해 교육청 주관으로 경위를 조사하고 실태조사를 다시 하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영주 A중학교 학생의 아파트 투신자살 사건과 관련, 교과부 등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갖고 학교폭력 근절 추가종합대책을 마련키로 결정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