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자살 중학생이 남긴것들… 요란한 ‘학교폭력대책’ 무용지물-학생·교사는 불통
입력 2012-04-19 21:45
경북 영주시 모 중학교 2학년 이모(13)군의 죽음은 또래 학생들은 물론 교육현장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19일 영주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군이 자살한 뒤 이군의 반 학생들과 이 학교 일부 학생들은 불안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주 Wee센터(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와 상담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이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했다. 이군과 같은 반 학생 34명을 상대로 17∼18일 집단상담과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검사를 실시한 결과 10여명의 학생이 높은 수치를 보여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친구의 죽음으로 아이들이 충격을 받아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도 없었다. 학교 측은 교내에 폭력서클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전군 등이 속한 ‘○○패밀리’ 이외에도 폭력서클이 3개나 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알고 있는 전군의 폭행과 괴롭힘을 교사들은 전혀 몰랐다.
정부가 쏟아낸 학교폭력 방지책이 교육현장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정부가 학교폭력 예방 등을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복수담임제는 효과가 없었다. 이군의 담임 강모(36·여)·이모(47) 교사는 이군이 지난해 ‘자살 고위험군’ 판정을 받은 것도, 학교폭력에 시달린 것도 알지 못했다. 이 학교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6차례나 했었다.
경찰은 이날 ○○패밀리 회원 4명을 추가 조사했다. 전군은 이들을 10∼20여 차례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는 등 1년 가까이 괴롭혔다. 심지어 이모(13)군은 전군에게 맞아 이에 금이 갔다. 또 이군의 반 학생 25명을 조사한 결과 전군의 폭행을 본 학생은 18명, 전군의 성적수치심 유발 행위를 본 학생은 12명이나 됐다. 경찰이 전교생 626명을 상대로 학교폭력 여부를 조사한 결과 86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전군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은 17명이었다.
영주=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