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기름 장사, 하지만 기름값은…

입력 2012-04-19 23:52


정부가 19일 발표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은 기존 정유 4사가 과점하는 석유제품 공급 시스템을 깨는 데 중점을 뒀다. 삼성토탈을 신규 휘발유 공급자로 선정하고,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 시장 참여자에게 세제·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게 요지다. 공급 및 유통구조를 다양화함으로써 정유사와 기존 주유소들의 가격 결정권을 흔들어놓겠다는 것이다.

우선 신규사업자로 참여하는 삼성토탈은 석유공사를 통해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게 된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원료인 나프타를 들여와 각종 석유화학제품을 만든다. 삼성토탈은 정유사들처럼 BTX 공장이 있어 나프타에서 석유화학제품 외에 벤젠과 톨루엔을 따로 뽑아내 90%가량 국내 제품 기준에 맞는 휘발유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자동차용 기름으로 쓸 수 없고, 석유공사가 비축기지에서 첨가제를 넣어 국내 기준에 맞추는 블렌딩 과정을 거치면 된다.

삼성토탈은 연간 105만 배럴가량의 휘발유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현재 국내 휘발유 내수시장 규모가 7000만 배럴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1.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공급자가 1곳 늘어난다는 것 외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국내 석유제품 공급시장의 과점구조를 깼다는 상징성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삼성주유소’까지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토탈은 일반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거나 석유공사가 아닌 일반에 휘발유를 공급·유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토탈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가 인하를 위해 일정 부담을 감수하고 정부 제의를 받아들여 공급사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2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율이 현행 10%에서 20%로 확대되고, 재산세는 50%가 감면된다. 최대 100억원 보증지원과 시설자금 무상지원, 최대 5억원까지 외상거래 지원 등 내놓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몰아주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700개로 잡았던 올해 알뜰주유소 목표를 1000개로 높였다. 다만 당초 ℓ당 100원가량 싸게 판다고 했던 알뜰주유소와 주변 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알뜰주유소와 일반 주유소들이 국내 정유사에서 기름을 공급받기 때문에 가격 차별화가 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정부는 이 때문에 전자상거래용 수입물량 확대로 기존 유통구조를 흔드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수입물량에 0% 할당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전액 환급,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면제, 세액 공제율 인상 등을 내걸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량구매 계약을 불공정거래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기존 정유사와 주유소 간 연결고리를 깨자는 취지다. 다만 정부는 유류세 인하는 제외시켜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