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박 vs 新박 ‘진정한 실세’ 놓고 사사건건 맞서… 급속 분화하는 친박계
입력 2012-04-19 16:48
19대 총선 승리라는 전리품을 챙긴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진영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가도를 앞두고 ‘구(舊)박’과 ‘신(新)박’으로 급속히 분화하고 있다. 이들은 총선 승인 분석에서부터 차기 당권 구도와 당 정책,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 시점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이다.
구박과 신박의 존재는 지난해부터 본격 거론됐다. 구박은 영남을 중심으로 친박계 독자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인사들인 반면, 수도권으로 지지층 외연을 확대하자는 이들은 신박으로 분류된다. 구박이 폐쇄적인 ‘이너서클’ 중심이라면, 신박은 다양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라는 평가가 많다.
◇구박, 새로운 당 주류?, 견제 나서는 신박=구박 진영 구심점은 최경환 의원이란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최 의원은 공천 때부터 ‘진정한 친박 실세’ 소리를 들었다. 영남지역의 친이명박계 현역의원 살생부를 작성했다거나,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이 친박 강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부산·경남(PK)에서는 허태열, 유기준, 정의화, 유재중, 이진복 의원 등이, 수도권에서는 홍문종 전 의원이 구박으로 분류된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수도권 패배를 맛봤던 서울·경기지역 친박들은 박 위원장에게 “더 몸을 낮추고 경제민주화와 ‘2040세대’ 정책 등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고언하고 있다. 친박 실세 가운데 총선 불출마 ‘희생양’이 된 이혜훈 의원과 유정복, 이학재, 윤상현 의원 등이 신박에 포함된다. 지난해 말 비대위 발족 때부터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장했던 유승민 의원과 대전에서 당선된 강창희 전 의원은 대표적인 비수도권 출신 신박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 이상돈·이준석 비대위원 등은 당내 제세력의 역학관계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각종 현안 쓴소리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박 위원장 주변 인사라는 평이다.
신박은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과 정두언,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 인사들로도 외연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알력과 갈등=구박 실세 최경환 의원은 18일 지역민방에 출연해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영·호남 지역주의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지역주의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총선에서의 ‘영남 싹쓸이’가 박 위원장 대권 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다분하다. 최 의원은 전날에도 당 비대위의 경제민주화 추진을 문제 삼으며 “얼핏 맞는 얘기 같지만 시장경제 원리와 충돌한다”고 비토했다.
최 의원은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를 공천 때부터 옹호해오다 신박 측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한구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이벤트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우리 비전이나 전략 같은 것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당 대선후보는 박 위원장으로 결정됐고 나머지 잠룡들과의 경선은 이벤트일 뿐이라는 의미다. 반면 강창희 전 의원은 며칠 전 “박근혜 대세론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차기 당 대표를 놓고도 신·구박 진영은 팽팽하게 맞선다. 구박은 ‘영남 실세론’을, 신박은 ‘수도권 대표론’을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은 “모든 당 운영을 박 위원장의 대권 행보에 초점 맞출 수 있는 차기 지도부가 결성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산시당위원장인 유기준 의원도 “새 대표를 선출할 때 지역적인 고려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전 의원과 이혜훈 의원 등은 “민심의 방향에 민감한 수도권 분들이 대표가 되는 것이 좋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