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문대성 처리 가닥] 이재오 “자기사람 잘못 눈감고 국민들에게 표 얻겠나”

입력 2012-04-19 18:43


새누리당 친이명박계 좌장 이재오(사진) 의원이 최근 잇달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쏟아내는 말과 보폭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정몽준 김태호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박 위원장에게 대적할 만한 잠룡들이 침묵모드로 일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의원의 속내에 뭔가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은 19일 트위터에 ‘깜이 엄마’란 제3자 화법을 통해 “보기 싫은 사람 쫓아낼 때는 속전속결로 사생결단하더니 자기 사람 잘못은 눈감고 하늘만 보니 그래서 국민에게 표를 얻겠나. 당최 무슨 말인지…”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실명을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4·11 총선에서 친이계의 공천 학살과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소극적 처리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이중적 잣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16일 역시 ‘깜이 엄마’ 말이라면서 “부패한 전력이 있거나 파렴치한 전략이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 세워두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며 “지도자는 그렇게 하면 우선은 편할지 몰라도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되받아쳤다. 그 전날(15일)에는 북한산 산행을 하면서 “진달래가 피는 봄 산행 길에서 흰 눈 내리는 겨울 산행을 생각합니다”라고 총선을 거치면서 범친이계는 물론 진수희 권택기 의원 등 직계까지 손발이 잘린 자신의 혹독한 처지에 대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의 ‘트위터 정치’를 지켜보는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대선정국에 임하는 구상을 정리하고, 여의도 정치의 전면에 나설 채비를 끝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정치권 외곽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18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예방한 데 이어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 최형우 전 내무장관을 예방했다. 당선 인사차 들른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서울에서 내리 5선을 한 유일한 중진의원으로서 친이계를 넘어 범비주류의 입지 확대를 염두에 둔 행보로 비쳐진다.

초미의 관심사는 그가 박 위원장과 직접 맞상대할 대선주자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잠룡들과 손잡고 비주류 연대 결성을 주도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인지 여부다. 박근혜당(黨)에서 친이계의 간판을 내걸고 활동할 공간이 좁아진 데다 여론 지지율이 낮은 만큼 5월 15일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범비주류연합의 당권주자나 최고위원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그의 여의도 정치 복귀는 이제 타이밍만 남겨두고 있는 듯하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