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결의 위반?… 北미사일 발사대 中기술 이용 제작 의혹

입력 2012-04-19 18:42

북한이 지난 15일 열병식에서 선보인 미사일 발사대가 중국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엔이 중국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상업용으로 북한에 팔아넘겼을 가능성도 제기돼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와 AFP통신에 따르면 2006년과 2009년 채택된 결의에 따라 구성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조언하는 전문가 패널은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 열병식에서 신형미사일을 적재한 채 등장한 운반차량의 영상을 조사 중이다.

운반·기립·발사대(TEL)로 불리는 이 차량에 대해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우주비행과학기술그룹’의 TEL 디자인을 기초로 변형한 제품이라고 보고 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의 분석가들로부터 이 영상에 관해 통보를 받았다.

대북제재위원회와 관련이 있는 한 유엔 고위 관리는 FT가 입수한 이메일에서 이 문제를 전문가 패널에 넘겨 조사토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런드 부소장은 중국이 대북 제재결의를 위반해 군사장비 또는 노하우를 북한에 넘긴 것으로 드러난다면 ‘정직한 중개인’으로서의 베일(veil)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과 한·미·일 간 외교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TEL 개발에 중국 도움을 받았는지 확실치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닉 한센 박사는 AFP 통신에 “중국에서 도입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중국의 허가를 받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문제의 발사대가 ‘상업적인 목적’의 차량으로 중국에서 수입된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상업용 차량으로 수출했다면 북한이 무슨 목적으로 사용하든지 이는 유엔 금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15일 선보인 신형 탄도미사일도 모조품(dummy model)으로 생각된다면서 “세계 어떤 나라도 퍼레이드에 진짜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