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호남-비호남’… 얽히고설킨 민주 당권전쟁

입력 2012-04-19 18:30

민주통합당 내 ‘친노(親盧·친노무현)’와 ‘비노(非盧)’ 세력 간 갈등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5·6월 잇따라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출을 앞둔 민주당은 친노·비노 갈등에 호남과 비호남 등 지역정서가 얽히면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친노 인사인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광주 서구의회 의원)은 19일 당내 일각에서 친노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 “도대체 친노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민주당 등 야권이 그나마 현재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친노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지원 최고위원의 ‘호남 푸대접론’에 대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국회의원들에게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인데, 박 최고위원이 구태를 답습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광주·전남 정치권이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의 발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노 그룹을 결집시켜 친노 진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으로 당내 친노 인사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노 인사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박 최고위원과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7일 오랜만에 단독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지난 연말 야권통합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관계가 틀어졌다. 당시 박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에게 정치적 결별을 선언하고 대선주자 지지까지 철회했었다.

이번 회동은 새로운 지도부 체제 구축을 앞둔 상황에서 현재 당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내에서는 두 사람 회동이 수도권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의원들과 호남 의원들의 재결합을 시도하는 것으로, 비노 진영 결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최고위원과 손 전 대표는 한명숙 전 대표가 사퇴한 직후 비상대책위 체제로 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6월 9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이 확실시된다. 손 전 대표와의 회동도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또 486그룹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우상호 전 의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친노 진영의 당 대표 주자로는 6선에 오른 이해찬 상임고문과 문성근 대표 대행 등이 거론된다.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들 후보군으로는 친노의 유인태 신계륜 전 의원과 호남의 이낙연 우윤근 의원, 원혜영 박영선 노영민 전병헌 박기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노·비노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으로 갈랐던 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질서가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늘 해왔던 방식”이라며 “그런 부채질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