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열정 55년 음악인생 갈무리… ‘그녀, 패티김’
입력 2012-04-19 17:58
그녀, 패티김/조영남(돌베개·1만9500원)
엉겁결에 가수 조영남이 선배인 패티김(본명 김혜자)에게 낚였다. 냉면 한 그릇 같이 먹자는 전화가 발단이다. 웬걸, “곧 은퇴할 결심인데 네가 내 자서전 쓰는 거 도와주면 좋겠어”. 때는 2011년 8월 말.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어 번, 서울 청담동의 조영남 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전체가 문답 형식이다. “미8군쇼 오디션을 보고 합격하자마자 미8군 쇼단에서 노래를 하다가 조선호텔로 옮긴 지 얼마 안 돼 도쿄를 간 거야. 일본으로. 굉장한 일이지.”(61쪽)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다니는 패티김이니 질문이 넘쳐날 수밖에. 광복 후 첫 일본 진출, 솔로 최초 미국 진출, 한국인 최초 미국 뉴욕 카네기 콘서트홀 공연, 공연 이름으로 ‘리사이틀’이라는 단어 첫 사용 등 55년 음악 인생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대중가요사다. 올 2월 은퇴를 선언한 패티김이지만 그나마 가슴이 훈훈해지는 건 자서전을 마무리하고 있을 조영남이 있어서다.
조영남의 글발은 가수 패티김과 인간 김혜자를 양립시킨다. 이혼과 사업 실패 등 인생의 파고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던 건 노래를 향한 불같은 열정 덕분이다. ‘패티김답다’라는 말은 곧 ‘열심히 산다’라는 뜻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