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현길언] 19대 국회에 들어가는 초선의원들께

입력 2012-04-19 18:11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권력을 생산하는 戰士가 되기를”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을 축하합니다. 당선이 확정돼 화환을 목에 걸었을 때의 그 감격과 그 다짐으로 의정활동을 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할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적수였던 지역 후보자들과 몸을 낮추어 화해하십시오. 당신 때문에 미움과 험담으로 상대 후보의 낙선을 바라면서 뛰어다녔던 당신의 운동원들에게, 이제는 그 미움과 험담의 악몽에서 벗어나도록 배려하십시오. 당신 때문에 당신네 고향 사람들이, 친구가, 친척이 둘로 셋으로 나눠졌던 그 불행스러운 현실은 가슴에 품고 임기 동안에 아름다운 화해를 이루도록 노력하십시오.

초선의원 여러분들은 6·25 전쟁으로 전선이 위태로웠을 때에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선다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고 독전가(督戰歌)를 부르면서 전선으로 뛰어나갔던 젊은이들의 심정으로 권력의 성에 입성하여 허물어진 국회상을 바로 세워 가슴에 단 금배지가 부끄럽지 않는 국회의원이 되도록 몸 바쳐 일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들은 국가가 베푸는 엄청난 대우와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명예(?)를 받고 4년 동안 한국 권력의 중심지인 여의도를 무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인생의 성공을 의미합니다. 반면에 ‘가장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4년 동안 ‘가장 존경받는 국회의원’ 제1기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혜택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국회의원 1인당 지출되는 경비가 연간 5억600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 외에 국회의원으로서 누리는 간접적인 혜택과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저절로 들어오는 권력화된 권한, 일반인들로부터 받는 선망과 명예까지를 합쳐 돈으로 환산한다면 일자리가 없는 우리 현실에서 대략 한 30여명분의 일자리 값에 해당합니다. 국회의원의 일이, 보통사람 30여명분에만 그치겠습니까? 그보다 100명, 1000명의 일을 하고 있겠지요. 그러나 국회의원 개개인으로 본다면 있으나 마나 한, 더 정직하게 말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의원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그 혜택과 경제적인 보상은 이 땅의 미래로 향하는 탄탄한 길을 닦아놓는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인(公人)입니다. 국회는 국가의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최전방 부대입니다. 그런데 과거 한국의 국회의원 중에는 임기 중에 권력의 맛에 취해 권력의 우상을 추종하는 사교(邪敎)의 맹신자가 된 사람들이 많습니다. 여러분 선배들이 걸어간 치욕의 길이었습니다.

국민은 다선의원들에게 기대를 갖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선되는 날부터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유권자와 잡은 악수의 체온의 사라지기도 전에 그들 앞에는 권력으로 향하는 길만이 넓게 보입니다. 그래서 정당, 국회, 국가에서 누릴 권력을 계산하기에 바쁩니다.

초선의원들은 권력을 바라보며 의정활동을 하는 선배 의원들의 탁한 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긴장하십시오. 소속 정당의 비민주적인 운영과 싸워 국민을 선도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도록 노력하고, 섣부른 이념의 사슬에 묶여 정당 이기주의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비겁한 권력자가 되지 마십시오. 작은 이권에 눈이 멀어 관행의 불법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에 비겁한 권력자가 됩니다. 인생을 정리할 때에, 내가 여의도에서는 부끄러움 없이 살았었다고 말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기 바랍니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이 당신을 보면서 인생을 설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국회의원은 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추종자가 아닙니다. 권력으로 사람들을 지배할 수는 있어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권력을 생산하는 전사(戰士)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길언 작가 (본질과현상 편집·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