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多文化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자

입력 2012-04-19 18:11

국내 거주 외국인이 130만 명을 돌파하고, 결혼 이주민 출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의미 있는 자료가 나왔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다문화수용성 조사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농어촌 다문화가족의 사회적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가 그것이다.

내용 가운데 주목할 것은 다문화에 대한 국민의 혼선이다. 가령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36%로 유럽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반면 일자리 감소나 재정지출 증대 등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 역시 유럽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문화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차 정립되어가는 중간 단계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도 우려되는 것은 다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다는 것이다. 이는 다문화 가족의 지역 분포와 연관이 있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도시에서 다문화 가족의 얼굴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농어촌 마을에 다문화 가족이 있는 경우는 67.8%에 이르고 가족 및 친척 중에 외국이민자가 있는 경우는 21.9%여서 이를 합치면 89.7%가 다문화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시골의 익숙한 일상의 풍경이거니와 나아가 그들이 떠받쳐주지 않으면 취락공동체로서 농어촌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다문화를 백안시하는 것은 미성숙 사회의 증좌일뿐더러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자격을 합당하게 얻었다면 피부색과 출신지가 다르다고 배척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우를 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지역에서는 이웃의 동질감을 갖도록 돕는 게 우선이다. 글로벌 시대에 단일 조상을 내세우는 폐쇄적 태도는 낡은 유물일 뿐이다. 융합과 공존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데는 오히려 다문화 사회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