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문 사다리코스 밟은 보시라이 아들 보과과… 돈과 권력, 인맥이 그 배후였다
입력 2012-04-18 19:05
“어지간했으면 정부 관료도 눈감아주지만….”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아들 보과과(薄瓜瓜·24)가 유학 생활 중 누린 특권과 사치가 당 간부들의 분노를 살 정도였다며 전직 정부 관리가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은 17일 최근 중국을 강타한 정치 스캔들의 주인공 보시라이 실각에는 아들 관리 실패도 한몫했다면서 특권층 자제의 유학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오만한 권력가 자제의 심벌=보과과는 영국 사립고교 해로우→옥스퍼드 대학→미국의 하버드 케네디행정대학원으로 이어지는 해외 명문 사다리를 탔다. 그 뒤엔 역시 돈과 권력, 인맥이 작용했다. 그는 12세때 런던으로 갔으나 목표했던 해로우 입학시험에 낙방했다가 1년 뒤 입학에 성공했다. 어머니 구카이라이(谷開來)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사업가 닐 헤이우드는 “내가 힘을 썼다”고 친구에게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덕분에 그는 500년 전통 해로우스쿨(연간 학비 4만5000달러) 입학 첫 중국인이 됐다.
2006년 옥스퍼드 베일렬 칼리지에 입학한 그는 ‘파티광’으로 알려졌다. 파티에 빠져 뒤처진 학업 탓에 대학 졸업을 1년 연기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친 보시라이가 주중 영국 대사를 학교 측에 보내 사정한 덕분에 겨우 졸업시험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인기 홍콩배우 재키찬(성룡)을 부르는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옥스퍼드 담벼락에 오줌을 싸는 기행도 일삼았다. 그가 상의를 벗고 파티를 즐기는 사진은 중국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하버드에선 테라스와 체육관을 갖춘 7층짜리 현대식 최고급 아파트에 거주했다. 학생 신분이지만 포르셰를 몰고 다녔다.
◇돈 있고 줄 있으면 미 대학 입학?=옥스퍼드에서의 나쁜 성적에도 불구하고 보과과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 입학해 석사과정을 밟았다. 하버드대학 측은 “입학 사정을 할 때 학업 성적 외에 잠재적 리더십, 사회기여 가능성 등 ‘전체적인 접근’을 한다”고 말했다. 케네디 스쿨 입학생 40%가 외국인이다. 그 의미와 관련, 데이비드 호킨스 대입카운슬링전국연합 이사장은 “해외 고위 관료 자제들은 고국의 비슷한 부류 학생을 끌어와 ‘기부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핫(hot)한 상품’으로 대접받는다”고 말했다. 밴더빌트 대학의 더글러스 크리스티안센 학장은 “지원자의 아버지가 외국 정부 고위관료라는 식의 ‘청탁성’ 편지가 해외에서 자주 온다”고 실태를 전했다. 입학 관계자 4명 중 1명이 대학상부로부터 특정 외국인의 입학 압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안문제로 외국 고위층 자제의 입학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딸 시밍저는 가명으로 하버드에 재학중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