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삼성전자 부회장)·팀 쿡(애플 CEO), 소송戰 협상 테이블 앉는다
입력 2012-04-18 18:54
1년 넘게 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담당 재판부가 양사에 합의를 위한 협상을 명령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법원의 중재 아래 조만간 샌프란시스코 소재 법정에서 직접 만나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담당판사가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고, 양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재판부는 협상기한을 90일 이내로 제한했다.
삼성전자의 최지성부회장과 애플의 팀 쿡이 직접 만나 협상을 하게 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15일 애플의 제소로 시작된 양사의 소송전이 1년을 넘기면서 양사 모두 피로감과 소송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번 협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양사는 9개국에서 진행되는 30여건의 소송에서 어느 한 쪽도 확실한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보다 삼성에 우호적인 팀 쿡이 CEO를 맡고 있는 점도 협상 타결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게다가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각각 특허권 남용과 특허침해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다른 소송전 역시 대부분 손해배상 판결을 동반하는 본안 소송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에는 애플과 삼성전자 최고위급 임원들이 만나 특허분쟁 해결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 애플은 최근 로열티 지불과 특허 교환을 포괄하는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통해 특허소송 일부를 취하하는 방안을 삼성전자에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두 회사 최고경영자의 만남은 법원의 통상적인 법 절차로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을 계속 진행한다는 삼성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도 블로그에서 “이번 합의 협상은 완전히 자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소송외분쟁해결기구(ADR)를 통해 합의를 모색하라는 루시 고 판사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합의모색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글과 오라클도 지난해 가을 이와 유사한 법원의 명령을 받았으나 결국 지난 16일부터 법정다툼을 다시 벌이고 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