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나이에 선발등판 美 모이어 승리투수… ML 최고령 기록 80년만에 경신
입력 2012-04-18 18:46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박찬호(한화)도, 최희섭(KIA)도 내친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을 하고도 남을 나이에 승리투수가 된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선수이기도 한 제이미 모이어(콜로라도).
‘할아버지 투수’로 불리는 모이어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와 7이닝을 6피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로 만 49세 150일이 된 모이어는 1932년 9월 13일 당시 브루클린 다저스의 잭 퀸이 만 49세 70일에 세운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을 80년 만에 경신했다. 통산 268승째를 기록하며 역대 35위로 올라선 그는 현역 중 최다승 투수이기도 하다.
1984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그는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30㎞가 채 되지 않지만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그는 30대 후반부터 전성기를 누렸다. 처음으로 한 시즌 20승을 올린 때는 39세인 2001년이었다. 20대에 올린 승리는 34승인 반면 40세 이후에 거둔 승수는 117승이나 된다. 그는 박찬호가 롤모델로 삼고 싶어하는 선수다. 사회봉사도 열심이고, 가정적이며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다는 점에 이끌렸다.
모이어는 지난 해 팔꿈치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하지만 올 시즌 콜로라도의 2선발로 화려하게 재기한 그는 앞선 두 차례 선발등판에선 호투를 하고도 모두 패전투수가 됐지만 세 번째 도전 만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이날 최고구속이 겨우 79마일(127㎞)에 불과했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과 커터,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잠재웠다. 간간히 들어오는 느린 직구도 강속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모이어는 3-0으로 앞선 7회초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의 실책이 나오면서 2점을 내줬지만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7이닝 동안 투구수가 87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모이어는 경기 후 “나는 야구의 역사가 되길 바란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에서도 최근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이 바뀌었다.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는 지난 15일 한신과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8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3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야마모토가 46세 8개월10일만에 거둔 승리는 1948년 하마사키 신지가 세운 최고령 선발승(46세8개월)을 64년 만에 갈아치운 기록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