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렌터독은 返戾動物
입력 2012-04-18 18:31
보호를 받아야 할 동물의 권리를 흔히 동물권(Animal Right)이라고 한다. 영국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1780년 동물도 사람처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반에 알려졌다. 동물의 복지·보호, 학대 방지 등을 위해 동물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은 1822년 최초로 동물복지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도 잇따라 관련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5월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 8월 전면 개정했다. 이 법 1조는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보장, 복지증진을 꾀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동물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로는 단연 스웨덴이 꼽힌다. 이 나라 국민들의 애완견 사랑은 유별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하루 두세 차례 개와 공원 등에서 산책을 즐긴다. 운동 삼아 하루 세 차례 이상 애완견과 산책하는 노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애완견을 5시간 동안 방치하면 고발 당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애완견을 압수할 수도 있다. 애완동물을 학대하다 걸리면 사육권을 박탈당하기까지 한다. 버려진 애완동물을 입양하려면 주택 보유, 일정한 수입 등 까다로운 입양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근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애완견을 아파트 창밖으로 던진 스웨덴 여성에게 최고 징역 2년형이 예상된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애완견이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동물학대 혐의를 중대한 범죄로 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애완견을 빌려 주는 임대견(賃貸犬), 이른바 ‘렌터독(rent-a-dog)’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3년 전쯤 임대견 업체가 처음 문을 열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여곳이 영업 중이다.
통상 3일에서 1주일가량 애완견을 임대하고, 예외적으로 한 달 이상 임대하는 경우도 있다. 신청을 하면 애완견과 함께 사료 등이 배달된다. 임대가격은 3일에 5만원, 1주일에 8만원 정도 한다.
주로 개를 좋아하지만 기를 형편이 못되는 사람들이 고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며칠씩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주인과 주거환경이 바뀌는 견공(犬公)에게는 죽을 맛일 것이다. 낯설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적응하기 어렵고….
이런 푸대접을 받는 애완견은 반려(伴侶) 동물이 아니라 반려(返戾) 동물이 아닐까 싶다. 동물이 적합한 환경에서 살게 하는 것도 동물권의 범주에 속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