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출마 결정, 가급적 빨리 내리겠다”
입력 2012-04-18 18:35
민주통합당 문재인(얼굴) 상임고문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 고문은 18일 라디오에 출연, 자신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정권교체를 위해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때가 됐다. 가급적 빠르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겁고 신중하게 결정해서 조만간 제 입장을 국민들께 분명히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문 고문의 이런 발언과 정치적 입지에 비춰볼 때 이르면 4월중에 대선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 고문은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다. 경쟁자군에 속한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에 비해 국민 지지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4·11 총선 때 자신이 사실상 지휘한 부산·경남에서 기대만큼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곧바로 대선 날개를 다는 데는 실패했다. 총선 후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국민 지지도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행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선두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지난해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지지도가 크게 올랐다가 두어 달 만에 원점으로 내려앉은 손학규 고문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 고문이 ‘가급적 빨리’란 표현을 써가며 대선행보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고문의 1차 경쟁자는 김 지사다. 김 지사는 문 고문과 같은 친노(親盧)그룹으로 분류된다. 친노세력이 민주당의 주류이긴 하지만 비노(非盧) 및 호남세력의 견제 또한 만만찮다. 때문에 대선후보 경선이 가시화될 경우 두 사람 간 후보단일화 움직임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김 지사는 5∼6월 전국을 돌며 대선 출정식 성격의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고문은 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문 고문에게는 대선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노선이 왼쪽으로 치우쳤다는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미 중도층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문 고문은 안 원장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듯 “그를 재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야권 후보는 민주당 내 경선 이후 2단계로 안 원장과 단일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