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이민자가 국회의원 되는 현실인데… ‘多문화 가족’ 가난·편견에 운다
입력 2012-04-18 18:58
국내 거주 외국인이 130만명을 돌파하고 결혼 이민자가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 시대가 왔지만 다문화 가족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다. 농어촌 다문화가족의 절반 이상은 연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며 가정 폭력을 당한 여성이민자가 전체의 1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8일 ‘농어촌 다문화가족의 사회적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현재 농어촌에서 여성결혼이민자의 존재는 보편화됐지만, 이들은 저소득과 소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난해 8월 1∼31일 전국 도·농복합시 등의 읍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400가구와 농어촌 주민 809명에 대해 벌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선 농어촌 마을에 다문화 가족이 있는 경우는 67.8%나 됐으며 가족 및 친척 중에 외국이민자가 있는 경우는 21.9%여서 농어촌 주민 대다수가 다문화 가족과 관련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도 긍정적이었다. 여성결혼이민자의 농어촌 사회 기여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80.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다문화가족 정책 확대에도 84.2%가 지지했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의 삶에는 제3자의 시각과 다른 아픔과 번뇌가 배어 있었다.
특히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연간 소득이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다문화가구가 전체의 54.8%나 됐다. 1년에 1000만원도 손에 못 쥐는 가구도 10가구 중 1가구꼴(9.3%)이었다. 반면 3000만원 이상을 번다는 다문화 가구는 9.7%에 그쳤다. 경제적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여성결혼이민자가 5점 만점에 2.91점, 그의 남편이 평균 2.86점으로 응답해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여성결혼이민자의 다문화가족 내 인간관계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여성이민자 10명 중 3명 정도(27.7%)는 가족 구성원과 편하게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남편이 11.0%, 시어머니가 8.8% 순이었다. 지난 1년간 국내 가족들로부터 각종 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16.0%였다. 다문화가족의 심리적 안정 수준(5점 만점 기준)을 보면 여성이민자(3.40점)가 남편·시부모(3.45점)보다 만족도가 낮았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대식 연구위원은 “농어촌 다문화가족의 사회적응 개선을 위해서는 이들의 영농기반 구축 지원과 여성이민자에 대한 방과후 한국어 교육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다문화 가족을 위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 활성화, 사회보장 차별 해소, 농식품 관련 산업에서의 경제활동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