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성명 이후] 안보리 대북제재委에 통보도 않고… 유엔기구, 北에 컴퓨터 제공

입력 2012-04-18 19:06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수개월 전 미 휴렛팩커드(HP)사 제품인 컴퓨터와 서버를 은밀히 북한에 제공했다고 미 폭스뉴스가 인터넷판을 통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사실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와 북한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IPO는 중국의 무역업체를 통해 북한에 컴퓨터와 관련 장비를 제공했으며 대금 5만2638달러를 송금하려 했으나 3월초 유엔의 중국 내 거래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 재무부 규정위반을 내세워 거부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HP는 WIPO가 북한에 제공한 컴퓨터와 서버 등이 자사 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성명을 통해 “거래처와 재판매업자의 계약 위반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HP의 공급계약은 수입업체로 하여금 미국의 수출관련법을 준수하고 유엔의 대북한 제재조치에 호응해 HP제품 수출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HP의 대북 수출금지는 국제기구를 포함해 모든 지역의 공급자에게 적용된다.

유엔안보리 북한 제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2명의 전문가는 WIPO가 북한에 컴퓨터와 서버를 제공한 것은 유엔의 대북 제재 차원에서 볼 때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WIPO는 컴퓨터와 서버 제공이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며 이는 일반적인 컴퓨터 기술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WIPO는 북한에 제공한 컴퓨터의 대금 결제가 미국법에 의해 무산됐음을 시인하면서도 국제기구인 WIPO는 이 사안에 대해 미국 국내법에 얽매이지 않으며 다른 통로의 송금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트르담대학의 조지 로페즈 정치학과 교수는 WIPO가 안보리 대북한 제재위원회에 알리지 않고 북한에 컴퓨터와 서버를 보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