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문성근 대행, 언행 신중해야

입력 2012-04-18 18:24

“(4·11 총선 결과는 2004년) 탄핵 정국 이후 민주 진영이 가장 약진한 것이다. 이렇게 가면 우리가 12월 대선에서 이긴다.” “(민주통합당이 총선 과정에서) 오만했다고 하는 것은 수구언론이 갖다 씌운 용어다. 그것을 우리 진영에서 멍청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문성근 민주당 대표대행이 그제 파업 중인 MBC 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지난 13일 한명숙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데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것과 사뭇 다른 뉘앙스다. 한 전 대표는 총선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 반면 문 대행은 마치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투다.

총선 민심 가운데 민주당과 관련된 부분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자만해선 안 되고,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지 말고, 편을 갈라 싸우려들지 말고, 지나친 좌편향 노선 대신 일자리 창출 등 민생 현안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보여 달라.’ 따라서 민주당 최대 과제는 민주당이 집권해도 그다지 불안하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런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대행은 민주 진영이 약진한 총선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무엇을 근거로 한 판단인지 헷갈린다.

그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방송·통신사 노조의 파업 현장을 방문한 것도 총선 민심과 배치된다. 민주당 대변인은 이를 ‘서민클릭 민생행보’라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문 대행이 ‘수구언론’ ‘우리 진영’이라는 표현을 쓰고, 노조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선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 누가 ‘서민클릭 민생행보’라고 여기겠는가.

그는 부산의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잘 듣지 않아 본인이 부산 북·강서을에서 낙선했다는 주장까지 폈다고 한다. 아무리 ‘20일짜리 대행’이지만, 제1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발언치곤 치졸하다. 문 대행은 자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