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표창원] 강력범죄 막는 3단계 전략
입력 2012-04-18 18:23
수원 여성 납치 살해범 오원춘 사건의 충격이 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김수철 조두순 김길태 강호순 등 잇따라 발생하는 여성과 아동 대상 흉악범죄에 국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다시 유사 범죄가 발생해 사회적 약자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IT강국, 경제대국, 한류 확산을 자랑하는 한편에서 맹수가 초식동물 사냥하듯 힘 센 남성 범죄자들이 마음껏 여성과 어린이들을 유린하고 살해하는 야만이 자행되고 방치되는 모순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피해자들이 모두 힘없는 서민 가정의 자녀와 아내들이어서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의 가족이 피해를 당해봐야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험한 소리도 나온다. 112 신고 대응 부실 등 경찰관들의 잘못이나 경찰조직의 문제도 철저하게 고쳐야 하지만, 국가와 사회 전체적인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맹수가 활개치는 한국 사회
강력범죄 예방과 대책에는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1단계는 ‘범죄 원인의 해결’이다. 가정 내 폭력과 학대, 대화부족 등으로 인해 아동의 인격형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복지와 형사사법적인 개입을 하고 각급 학교에서도 인성교육과 문제 학생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지나친 경쟁보다 상생과 협력을 중시하고, 심리나 성격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부담없이 전문가를 찾아 치료받을 수 있는 정신보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단계 전략은 ‘범죄예방’이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인 북유럽에서도 살인과 성폭행, 총기난사가 발생하듯이 어떤 사회든지 범죄 동기를 가진 자는 있게 마련이다. 특히 국경 없는 지구촌 시대에는 ‘누구든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굳건하고 체계적인 범죄예방 전략 구축이 필요하다.
먼저 환경개선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발생한 여성과 아동 대상 강력사건 현장은 모두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이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이 협력해 이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이웃 간에 서로 지키고 살펴주는 ‘마을 공동체’가 구축되어야 한다. 유럽과 미주, 호주 등 서구에서는 자원봉사자가 이웃의 안전을 살피고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는 ‘이웃 지키기(neighborhood watch)’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길 가던 여성이 습격당해 오원춘의 집으로 끌려들어간 수원 지동 마을에서도 피해자가 지른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이 있었지만 부부싸움이라 치부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의 정상화와 효율화를 위한 개혁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경찰 혼자 다 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주민과 함께 동네 치안 취약지역을 파악하고, 자율방범과 경찰순찰을 연계하며 경찰 활동과 실적 평가에 주민 의견을 반영해 ‘우리 동네, 우리 경찰’이라는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납치나 성폭행 신고 등 야간 응급상황에 주민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가가호호 탐문과 강제진입 수색 등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 체류외국인 관리나 정신질환자 관리체제 역시 필요하다.
民·警 협력체제 구축해야
3단계 전략은 ‘재범 방지’다. 대부분의 강력범죄자들이 전과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청소년 범죄자와 초범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원인과 문제를 철저히 파악한 뒤 적절한 처벌과 교육, 치료 등 맞춤 교정 처우를 통해 다시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원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 피해자들에게 우리 사회는 빚을 지고 있다. 책임자 문책과 반성이 우선이지만 재발방지를 위한 문제 해결과 개선 역시 필수적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범죄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