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37) 언행일치 설행일치

입력 2012-04-18 16:03

언행일치, 설행일치

나 예수는 그 때 발걸음이 여리고에 이르게 되었지. 이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되는 때였어. 그런데 여리고라면 세 사람이 생각났어. 창녀 라합, 여호수아 장군, 그리고 대언자 엘리사였지. 모두 하늘 아버님의 뜻을 이룩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사람들이야.

여리고는 비록 ‘죽음바다’ 옆에 있는 도시지만 좋은 오아시스 샘물이 넘쳐흘러 과일이 풍부한 곳이야. 게다가 발삼 향료의 주산지였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돈벌이를 잘들 했는지 몰라.

그건 또 새 발의 피야. 중국에서 중동을 거쳐 이집트로 가는 큰 무역로가 통과하는 길목이었지. 물건의 통과량이 엄청나고 여리고에서 묵어가는 상인들이 많아서 돈이 굴러다니는 도시였어. 그런데 거기에서 제일 큰 부자가 바로 삭개오야. 그가 재테크의 귀재라는 소식은 여러 번 들어왔는데 키가 유난스럽게 작다는 거야.

삭개오는 직업이 여리고 국세청장이었어. 아니 세금회사 사장이라는 게 더 정확할 거야. 로마 정부에게서 세금사업권을 따내 회사를 설립한 다음 로마정부가 요구하는 액수만 거두어 보내고 나머지는 마음껏 챙겨 먹는 거였어. 그러니 여리고세금회사 사장 자리는 요직 중의 요직이고 돈벌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었어.

아무튼 여리고를 지나가는데 거리마다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었어. 그 가운데 돌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가서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 하나가 눈에 확 띄었거든.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삭개오인 것을 직감으로 알아 차렸지.

“삭개오 씨, 내려오시오. 오늘 밤은 댁에 가서 쉬며 친구로 지내고 싶소.”

나 예수는 대뜸 그렇게 말해 주었지. 애국열혈당원들의 비판을 무릅쓰고... 그 사람은 돈과 재산은 많지만 심한 외로움병을 앓고 있었어. 게다가 애국열혈당원들 칼에 언제 목숨이 날아갈지 모르는 무서운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지.

삭개오 사장은 재빨리 나무에서 내려와 우리 일행을 자기 집으로 안내했거든.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있더군. 자기만 살려고 남을 인정사정없이 수탈해 먹은 그런 돈으로 지은 집이었어. 죄악의 벽돌을 쌓아서 건축했다 할까....

삭개오는 식탁 앞에서 갑자기 일어서더니 간증을 시작했어. 나 예수가 ‘삭개오 씨’ 하고 부를 때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났다는 거야. “너만은 깨끗하고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 바로 삭개오였기 때문이지. 그래서 “삭개오 씨” 하고 부르는 음성이 “이 더러운 놈아, 이스라엘을 배신한 놈아, 불효막심한 놈아, 네가 네 이름의 배신자야 이놈아” 그런 소리가 우레처럼 들려왔대.

“제 재산의 절반은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 사랑하는 데 쓰겠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 재산 강탈한 것은 네 배나 갚겠고요.”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이름을 회복시켰어.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더럽고도 더럽게’ 살았던 과거를 말끔히 씻어버렸지. 회개로 치면 진짜 회개야. 그래서 나 예수는 삭개오가 영원한 생명을 얻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걸 공개적으로 선언했거든.

실상 삭개오는 그 날 밤 큰 결심 하나를 밝혔어. 목숨을 걸고 나 예수의 제자로 따라 나서겠다는 거야. 그래서 그를 꼭 얼싸안았더니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어.

언행일치가 지도자 되는 보편적 기준이듯이 나 예수의 제자가 되려면 명행일치 곧 이름대로 사는 것이 기본 자격 아니겠어? 나 예수가 이름 그대로 산다는 걸 잘 아는 삭개오도 이제는 제 이름대로 살게 되었거든. 참 기특한 일이야.

특히 설행일치(說行一致) 곧 설교한 그대로 사는 목사들이 별로 없는 시대라서 그게 더욱 절실한 거야.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