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자살 중학생 가해자들… 뒤통수 때리고 연필로 쿡쿡, 가장 친한 친구도 괴롭혔다

입력 2012-04-18 00:47

영주 모 중학교에서 급우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1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13)군을 괴롭힌 학생들 중에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경찰청과 영주경찰서는 이군의 유서에 거론된 가해학생 전모·최모(13)군 외에도 친한 진모(13)군이 가해자로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진군은 이군과 함께 등·하교를 할 정도였지만 전군, 최군과 함께 수업시간에 이군을 괴롭혔다. 이들은 수업시간에 이군의 옆자리와 뒷자리에 앉아 이군의 등을 연필로 찌르는 등 지난 3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짓궂게 굴었다. 경찰은 “전군이 주도적이었고 진군은 가담 정도가 약했다”고 말했다.

전군 등은 경찰에서 이군 유서에 적힌 내용 대부분을 인정했다. 이들은 이군이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붓에 물을 찍어 뿌리고, 껴안고 뽀뽀하려 했다. 또 얼굴에 침을 묻히고, 뒤통수를 치고, 주먹으로 등을 때리기도 했다.

전군 등이 이군을 강제로 가입시킨 서클의 실체도 드러났다. 서클은 전군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학교 친구 6명과 만들었고, 중학교에 다니면서 4명을 추가로 받아들였다. 주변에서는 이 서클을 전군의 이름을 따 ‘○○패밀리’라고 불렀다. 진군도 이 서클 소속이다. 이군은 전군 등의 강요로 지난 12일 이 서클에 가입, 죽기 전까지 함께 다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군은 유서에 “탈퇴하고 싶었는데 탈퇴하면 더 괴롭힌다고 했다. 내가 그 녀석의 꼬붕(부하)이 된 것 같다. 그 자식과 주말에 노는 건 제일 싫다”고 적었다. 이군은 투신 직전 “장례식에 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문자를 전군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져 그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했다.

이군 죽음으로 학교의 허술한 학생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군은 지난해 5월 학교 측이 벌인 ‘정서 행동 발달 심리검사’에서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병원상담과 원예치료를 받았다. 학교 측은 지난 3월 중순 이군 등 학생들을 상대로 개별 가정환경, 학교폭력 여부 등을 상담하고도 이군의 상태를 알아채지 못했다.

이군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영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가 추진한 ‘학교폭력 1만 학생 서명운동’의 서약서에 서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군은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