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갈등 조정국면, 15개월간의 성적표… 재주는 美·日이 부리고 실리는 中 챙겼다

입력 2012-04-17 19:03

15개월간 끌어오던 이란 핵 갈등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해빙 국면으로 돌아섰다. 미국은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11개국과 힘을 합쳐 이란산 원유수입을 삭감하는 경제적 압박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들 다국적 협상국과 이란 간의 숨 막히는 정치외교전 이면의 경제 성적표는 어떨까? 재주는 미국과 일본이 부렸지만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바뀐 탓에 실리는 중국이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경제도 환율과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등 모처럼 웃었다.

◇중국 웃자 속 쓰린 미국 일본=이란 핵 문제가 불거지면 국제 유가는 치솟기 마련이다. 미국과 일본은 과거 오일 달러를 내세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상품 수입 덕분에 고유가 충격을 상쇄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이 이들을 제치고 세계의 상품 공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미국과 일본은 고유가에 취약한 경제로 바뀌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석유 수입에 1달러를 지출하면 OPEC 국가에 대한 상품 수출로 34센트만 건질 수 있었다. 이는 1970∼2000년 평균 50센트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IEA 이코노미스트 파티흐 비롤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 걸프국가의 관계가 냉각된 것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경우 이 수치는 43센트에서 14센트로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은 과거의 미미한 수준에서 지난해 64센트로 껑충 뛰었다. 미국과 일본이 잃은 몫을 중국이 챙긴 것이다. EU는 과거의 80센트에서 변함이 없었다.

◇이란 금융지표 즉각 환호 보내= 이란의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리알화 가치는 16일 주말에 비해 7% 절상됐다. 주가지수는 1.3% 급등했다. 당장 핵 협상 재개로 이란의 원자력 시설 폭격에 대한 우려가 걷힌 덕분이다. 장기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서방의 금융 및 에너지 부문 제재에 대한 걱정은 잔존하고 있지만 이란 정부가 결국 타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란 정부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안정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과 지난 14일 합의한 대로 다음달 23일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2차 핵 협상 테이블에 나갈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는 것이다.

정부가 고농축 우라늄 생산 전면 중단을 조건으로 제재완화와 상호 양보를 위한 단계적 접근을 추진할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직 정부 관료는 “이란의 경제계는 앞으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제재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FT에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