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또 학생 자살… 학교는 뭐했나
입력 2012-04-17 19:04
카이스트(KAIST)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학교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 기숙사 앞 잔디밭에서 17일 오전 5시40분쯤 이 학교 4학년생 A씨(22·전산학과)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방에는 “열정이 사라졌다. 정체된 느낌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유서가 있었다. A씨는 지난 2월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으며,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경찰은 그가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연쇄 자살에 이어 1년여 만에 또 다시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학생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며 “학교 측이 지난해 근본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는 지난해 잇단 자살 사건 이후 모든 재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하거나 마음 상태가 불안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 상담을 실시해 왔다. 또 외부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자살 방지 대책 등에 대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갖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체육 활동을 강화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이 같은 노력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흐지부지됐고, 자살 재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학교의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교 측은 오전 서남표 총장 주재로 보직교수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교학부총장 등 6명으로 비상대책팀을 구성, 재발 방지에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학교 운영방향을 놓고 서 총장과 교수협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도화선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지난해 학생들이 요구해온 영어강의 방식 완화와 성적에 따른 차등수업료 징수 문제 등을 어느 정도 들어줘 수업이나 성적에 관한 스트레스는 상당히 완화됐다”고 말했다.
대전=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