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3400% 살인적 ‘죽음·낙태’ 내몰리는 서민들… 불법 사금융 척결 나선 정부, 실상 어떻기에
입력 2012-04-17 18:59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300만원이 대학생 A씨와 그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A씨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서울 신사동 소재 유흥업소에 A씨를 강제로 취업시켜 빚을 갚도록 하는 한편 “부모와 남자친구에게 술집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 1800만원 상당을 갈취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 아버지는 딸을 살해한 후 자신도 자살했다.
빚을 못 갚은 임산부를 강제로 낙태시키고 돈벌이를 시킨 경우도 있다. 생활비 때문에 불법 사채업자에게 350만원을 빌린 지적장애 2급인 B씨 부부가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임신 5개월째인 임산부 B씨를 강제로 낙태시술을 받게 한 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도록 했다.
여대생 C씨는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하루 4만원씩 90일간 총 360만원을 갚는 조건으로 3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C씨가 이 빚을 제때 갚지 못하자 빚은 며칠 만에 1500만원으로 늘어났고 이후 이자율은 연 680%까지 솟구쳤다.
D씨는 지난해 7월 생활정보지(벼룩시장)에 실린 한 등록 대부업체 광고를 보고 대출을 신청했다. 이 대부업체는 5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수수료 등으로 20만원을 선 공제한 후 30만원이 지급되며 대출금은 1주일 후 상환하고 상환하지 못하면 연장이자 8만원을 추가 지불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연 이자율이 자그마치 3476.2%나 됐지만 급전이 필요했던 D씨는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모두가 17일 정부가 공개한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다. 3년 전 부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사한 피해사례가 또 벌어질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불법 사금융 행태는 개선은커녕 되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등록 대부업체까지 범죄적인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날 ‘서민생활 보호를 위한 불법 사금융 척결방안’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특히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저신용층·청년·서민 등 취약계층의 금융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사금융 관련 상담 및 피해신고 건수’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건수는 지난해 2만5535건으로 최근 3년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번 대책의 특징은 국무총리실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법무부, 행정안전부, 금융위, 경찰청,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 신고와 단속의 연계 강화, 구제 및 유형별 제도개선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체계 등을 구축,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권한 분산, 담당자의 전문성 취약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자치단체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여 이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대응이라 하겠다.
조용래 기사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