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다툼 승산… 타협없다” 자신감… 이건희 회장 작심발언 왜
입력 2012-04-17 22:19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상속 유산을 둘러싼 형제들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상대가 안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병철 창업주의 3남5녀 중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과 차녀 이숙희씨, 차남인 고(故)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둘째 아들 이재찬씨의 유가족 등을 제외하곤 첫 소송 제기 이후 두 달이 지났는데도 더 이상 소송에 가담하는 가족이 없다는 점도 이 회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재산 상속문제는 25년 전 선대 회장 사망 시 이미 끝난 일”이라며 이 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 이 회장에겐 큰 힘이 됐다.
막내딸이자 이 회장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삼성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소송에 가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법적 다툼에서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듯하다. 이 회장 측은 이맹희 전 회장 측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에 맞서 지난달 중순 3개 법인 소속 6명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한 상태다. 이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는 무응답”이라며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을 밝혔다. 승산이 있다고 보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인 만큼 다른 형제들과 나눌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CJ 측과 일말의 협상 여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강경 발언을 접한 CJ그룹 측은 다소 당황해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소송을 먼저 제기한 측은 이맹희 전 회장인데도 이 회장이 이 전 회장의 아들 이재현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CJ그룹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CJ 측은 검찰로 넘어간 이재현 회장의 미행사건에 대해서도 경찰 조사과정에서 삼성그룹이 꾸민 일이라는 증거가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삼성 측에 ‘성의 있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 소송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CJ 측은 “원만한 소송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그 뒤 미행사건이 불거지고 이 회장의 강경 발언까지 나오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맹희 전 회장 측도 소송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이날 중공업·건설부문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중공업과 건설부문도 국내에서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야 한다”며 “좋은 사람, 최고의 인재는 최고의 대우를 해서 과감하게 모셔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