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륜적 사안’ 놓고 악화되는 여론 압박에 굴복한 듯
입력 2012-04-18 01:27
새누리 ‘성추행 의혹’ 김형태 출당 검토 배경
새누리당이 17일 제수씨 성추행 의혹을 사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에 대해 출당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나온 것은 추문이 꼬리를 물면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의 압박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성격상 반인륜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처리한다는 방침에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무엇보다 당내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비주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부패,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주위에 두면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서 “지도자는 그렇게 하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밝혔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부패, 파렴치한 전력이 있는 사람’은 김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를, ‘지도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도 다른 라디오에서 출당 결정을 유보키로 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 비대위원은 “이러니까 저희가 노쇠한 정당이라든지, 굼뜬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도 “출당이 됐건, 의원직을 그만두든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특히 새누리당이 여러 경로를 통해 김 당선자의 자진 탈당을 유도했음에도 버티고 있는 배경에 친박근혜계의 대구·경북 실세가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당선자에 대한 출당조치를 친박계 의원 한 명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며 “이 의원은 공천 때부터 김 당선자를 막후에서 강력 추천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김 당선자의 강력 부인에도 불구하고 TV조선이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에게 의뢰해 성문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음성파일에 등장하는 목소리가 김 당선자 본인의 목소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함에 따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문 당선자의 경우도 논문 표절 의혹을 넘어 ‘대필’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국제 스포츠계의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포츠평론가인 최동호씨는 라디오에 출연해 “2005년 당시 동아대 태권도부 감독이던 문 당선자가 교수 임용이 될 수 있도록 김태일 현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가 논문을 대필해줬다”면서 “증언도 있고 (증거) 자료도 다 확보했다”고 말했다. IOC 앤드류 미첼 언론담당 매니저는 C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IOC는 문 위원의 표절 의혹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여성 당선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김 당선자의 사퇴와 새누리당의 즉각적인 출당조치를 촉구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